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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원인 싸고 공방 가열/“간질 쇼크” 일서 제작사­학계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게임기가 직접원인 아니다” 제작사/“강한 광선 시각자극이 문제” 의학계/서울대 전문의 “조명밝게·보안경 설치” 충고
TV게임중 일어난 간질발작이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유럽·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TV게임중 간질발작을 일으킨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게임기 메이커와 간질발작을 일으킨 환자사이에 책임문제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 TV게임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의 닌텐도(임천당)사는 『게임기가 간질발작의 직접원인이 아니다』고 해명하면서도 『과도한 TV게임은 간질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문을 게임기에 부착,방어에 나서고 있다.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게임기를 가지고 놀다 간질발작을 일으킨 사례가 일본 의학계에 보고됐다. 또 미국에서는 91년 1월 TV게임기를 가지고 놀다 간질발작을 일으킨 피해자가 닌텐도사를 상대로 2백61만달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현재 재판중이다.
일본의 경우 87년 10월1일 TV게임기로 인한 간질발작과 간질성 편두통 발작사례가 일본간질학회에 보고됐다. 당시 규슈(구주)대 소아과·신경과 합동연구팀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81년이후 10건의 TV게임으로 인한 간질발작이 보고됐다는 것이다. 연령은 8세부터 17세까지며 주로 남자에게 그같은 증상이 발생했다.
이들 연구팀은 TV게임기로 인한 12세 남아의 간질발작과 7세 남아의 간질성 편두통 발생 등 2건을 학회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발병원인으로 TV게임 화면의 빛,혹은 도형의 시각자극이 간질발작을 일으킨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센다이(선태)시립병원 정신과 다카하시 다케오(고교강부)씨는 간질발작의 약 4%가 광과민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는 간질발작의 일부는 돌발적인 것이 아니고 특정의 자극으로 발생하며,이를 「반사간질」로 분류했다. 이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시각자극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이를 광과민성 간질로 부른다.
다카하시씨는 눈빛의 반사 등 강한 광선자극이 간질발작을 일으키나 전차·자동차를 타고 가며 경치를 보다 발작을 일으키는 등 반드시 강한 자극이 아니더라도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TV를 보거나 TV게임,퍼스컴의 조작에 열중하다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으며 시각자극중에서도 특히 반짝반짝하는 빛이 발작을 유발하는 중요한 자극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도 전자오락게임을 하다 발작증세를 일으키는 사례가 발생하자 부모들은 실제로 이들 게임이 유해한지,또 얼마나 유해한지 몰라 자녀들에 대한 지도에 애를 먹고 있다.
닌텐도증후군은 의학적으로는 오랜 시간동안 외부의 강한 시각적 자극을 받아 나타나는 발작증세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대의대 이상복교수(신경과)는 전자오락게임이 간질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간질환자이거나 심신이 허약한 사람에게는 번쩍이는 섬광과 잔인한 내용 등이 발작증세를 유발하는 위험요인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는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시기라 조그만 자극에도 쉽게 발작증세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오락게임을 할때는 자극의 강도에 따라 적어도 2∼3m 정도 떨어져 30분∼1시간에 한번씩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등 장시간 집중하는 것은 피하고 보안경을 장착하며,조명을 밝게 해주는 등 주변환경을 가능한한 전자오락게임 화면과 큰 차이가 없게하는 등 철저한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 발작증세가 일어났을 때는 옷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등 몸을 편안하게 해주고 상태를 주의깊게 관찰해 회복이 된뒤에는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가 발작상태의 분석과 정밀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동경=이석구특파원·이원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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