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성 살던 12세 소녀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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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소녀 위안부, 일본군 사령관 명령에 따른 위안소 설치, 공자에 제사 지내는 문묘대전(文廟大殿)에 위안소 설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에 관해 중국이 처음 내놓은 보고서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3일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중국변호사협회와 법률구조기금회 등으로 구성된 위안부 조사위원회가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산둥(山東).하이난(海南).윈난(雲南).랴오닝(遼寧).지린(吉林)성 등에서 조사를 진행해 1단계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단체들은 반관반민 성격이다. 따라서 1972년 일본과 수교하면서 일제 침략에 대한 배상권을 포기한 뒤 그동안 민간의 손해배상 요구 노력을 묵인해 온 중국 정부의 의중이 이번 보고서 발표 과정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 온 47명의 생존 위안부 외에도 산시(山西)와 하이난성에 각각 16명과 1명의 위안부가 생존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산시성에 사는 위안부 출신 여성 중 한 명은 겨우 12세에 일본군에 끌려가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위원회는 일본군들이 동향회 회관이나 주택뿐 아니라 심지어 윈난성 텅충(騰沖)현에서는 공자의 사당인 문묘대전 건물에 위안소를 운영해 온 사실도 있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안후이(安徽)성에 주둔하던 일본군 117사단장의 전범 재판 기록을 뒤져 차오(巢)현에서 중국인과 한국인 여성 위안부 20명으로 위안소를 운영했고, 동북 지역에 위안소를 설치하라는 명령을 직접 내린 사실도 밝혀냈다.

일본군이 패전 뒤에도 위안부 시설을 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고서는 국민당의 염석산(閻錫山) 장군 휘하에 '보안 제6대대'로 편입된 일본군 잔류 부대가 일본이 패망한 2년 후인 47년까지 위안부를 상대로 성폭력을 자행했다고 말했다. 이는 당시 일본군 장교들의 전문 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국민당 군대 안에 일본군 위안소가 가동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중국인들이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조사위원회 집행주임을 맡고 있는 캉젠(康健) 변호사는 "이번에 나온 보고서는 1단계이며 다른 지역을 상대로 좀 더 광범위하게 조사를 펼치고 있어 곧 추가 보고서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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