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서울시향 지휘 위해 한국 온 뒤투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휘자 샤를 뒤투아(Charles Dutoit)는 71세가 된 올해 두 개의 계약을 새로 했다. 2008년부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그 이듬해부터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활동하기로 한 것. 라벨·드뷔시 등 프랑스 레퍼토리에서 보인 탁월한 해석으로 정상급 지휘자에 오른 그는 고희를 넘긴 나이임에도 전성기 때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뒤투아는 6일 서울시향과의 연주 차 내한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나이를 먹도록 위대한 작곡가·연주자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1957년 비올라 연주자로 데뷔한 지 2년만에 지휘자로 방향을 바꿨다. 50년 동안 음악과 함께 한 그는 “지휘자는 모든 분야를 알고 있어야 한다. 음악 뿐 아니라 철학·경제·과학까지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노장의 지휘관을 펼쳤다.

뒤투아는 74년에도 내한해 서울시향을 지휘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함께 협연했던 그는 “서울시향을 비롯해 한국의 음악계가 못 알아볼 만큼 발전했다”며 “처음으로 만난다고 생각하고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2일 도착해 첫 리허설을 끝낸 그는 “리허설이 끝나기 30분쯤 전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성공적인 연주를 확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오케스트라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을 확립하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뒤투아는 스위스 로망·로잔느 오케스트라에서 시작해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NHK 오케스트라 등을 조련하면서 지휘자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특히 몬트리올 오케스트라는 그의 손을 거쳐 균형잡힌 사운드를 확립한 대표적 교향악단이다. 개인적인 삶을 잘 공개하지 않는 지휘자이지만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66)와의 결혼과 이혼은 음악계에서 유명한 로맨스였다. 이 둘은 지금도 종종 호흡을 맞춘다. 뒤투아는 이번 연주회에서 자신의 주특기인 라벨과 스트라빈스키를 골랐다. 함께 스트라빈스키 협주곡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샹탈 주이에(Chantal Juillet·47)는 16세에 뒤투아와 처음 무대에 섰던 연주자. 몬트리올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지휘자와 호흡을 맞췄다. 

김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