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평준화만 집착 대학 자율성 무시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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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입학 전형은 대학 고유 권한"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연세대 교수평의회 의장 이상조(기계공학.사진) 교수는 "의견을 내야 한다는 평교수들의 의견이 잇따랐다"고 소개했다. 그는 정부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자제했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이 빠진 지금과 같은 논쟁 진행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교수들이 왜 성명서까지 채택하게 됐나.

"평교수들의 입장이 나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많았다. 교수들이 나와 의장단(부의장 2명과 간사 3명)에게 이런 의견을 e-메일과 전화로 전해 왔다. 어제 동문회관에서 오후 6시에 모여 네 시간 동안 회의를 하며 성명 초안을 함께 준비했고, 최종안은 오늘 오후 3시쯤 나왔다."

-어떤 얘기가 오갔나.

"대통령과 대학의 대화가 논쟁 형태로 진행되면서 실질적 논의의 중심에서 이탈되고 변질된다는 것이 문제다. 진지한 실질적 대화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가 신문 1면을 계속 장식하고 있는 상황도 문제다. 무엇보다 입시안이라면 학생과 학부모가 중심이 되어야 할 텐데, 논쟁이 지극히 비교육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내신을 50% 반영하라는 교육부 주장을 어떻게 보나.

"나는 50% 반영안의 의미가 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 문제는 대학들이 정부와 대화를 통해, 큰 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대신 우리 입장의 큰 틀을 성명서에 밝힌 것이다. 성명서 첫 문장에 쓴 '입학 전형은 대학 고유의 임무이자 권한이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명제다. 자율성의 한계도 인정한다. 이 두 가지를 다 염두에 두고 차분하게 대화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노 대통령은 '도덕적 가치보다 경쟁력에 몰두하는 대학' 이라고 비판했는데.

"연세대가 도덕적 가치를 무시하고 있다는 발언은 납득하기 힘들다. 도덕적 가치와 경쟁력은 상호배제적 개념이다. 연세대는 둘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외부 시각에선 부족한 면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지역 할당제를 제안했는데 대학도 나름대로 방식을 찾아 왔다. 농어촌 특별전형도 있고 수시에서 지역을 고려하기도 했다. 도덕적 가치와 경쟁력을 조화시키기 위해서다. 정부가 이런 대학들의 노력을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가 '도덕적 가치=평준화', '경쟁력 강화=신자유주의'로 이분법적으로 인식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웃으며) 이분법까진 아니더라도 도덕적 가치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치우친 느낌을 받는다. 정부와 대학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대화에 나섰으면 한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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