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법집행으로 기강 확립(YS개혁의 과제: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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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득권층 반발 딛고 「강력한 정부」 구현/총리인준 법절차 준수 솔선수범 자세
부정부패 척결과 법질서 회복은 김영삼차기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인 「신한국건설」을 추진하는 양대 축이다.
김 차기대통령은 선거기간 내내 이른바 「한국병」치유 방안으로 이 두가지를 입버릇처럼 외치고 다녔다.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는 편이다. 『잘만 하면 다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김영삼차기대통령을 지지한 기초토양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김 차기대통령에게 거는 「개혁」의 기대는 김 차기대통령 자신이 누구보다 무겁게 느끼고 있다.
이런 기대감은 김 차기대통령측의 자그마한 실수에도 『역시 별수 없구나』는 실망감으로 바뀔 위험성을 늘 내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김 차기대통령의 개혁의지를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가 여당이라는 두터운 기득권층 속에서 얼마나 힘을 가지고 개혁을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개혁은 필연적으로 기득권의 포기강요와 이로인한 수구세력의 반발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가 대통령당선이후 민자당과 대통령직 인수위를 운용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저래가지고 개혁을 밀고갈 수 있겠느냐』고 내심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개혁이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김 차기대통령이 개혁에 걸맞는 사람을 골라 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아직 아무런 시사가 없기 때문이다.
김 차기대통령측은 이런 우려를 일단 「기우」라고 일축하면서 『취임때까지 마찰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침묵하는 것이지 취임후에는 폭풍처럼 휘몰아칠테니 두고 보라』고 장담하고 있다.
김 차기대통령의 논리는 간단명료하다. 정통성을 결여한 30여년의 군사통치가 법질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건강한 사회기강을 깨뜨렸다는 것이다.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도 따지고 보면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권력자의 비위만 맞추면 된다는 왜곡된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대통령 자신이 국민을 두려워하면 맑은 윗물이 아래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차기대통령은 6공들어 휘몰아친 방일에 가까운 민주화과정이 권위주의의 벽을 허문데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이행전략없이 떠밀려간 공권력의 무능·무력화를 민주화의 본질인양 착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권위주의와 함께 떠내려간 권위는 기필코 새로운 모습으로 되살리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그는 자신만이 윗물을 맑게할 수 있다는 신념에 차있다. 그는 대통령의 솔선수범과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강력한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김 차기대통령이 정주영국민당대표와 현대그룹의 수차에 걸친 용서간청을 일절 돌아보지 않고 있는 것은 강력한 문민정권의 본때를 보여주기 위한 첫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돈으로 권력을 사려는 것은 총칼을 든 쿠데타보다 나쁘다는 소신도 소신이지만 그 보다는 정씨일가에 대한 무섭고 매정한 법집행을 통해 「법과 질서」에 대한 신념을 확인하려는 듯하다.
그는 정치적 반대세력에게 엄격한 법적용을 하자면 자신에게도 예외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보이려하고 있다. 바로 오는 29일로 대법원공판기일이 잡혀있는 측근 서석재의원 처리문제가 단적인 예다.
김 차기대통령은 자신의 개혁의지를 내외에 알리기 위해서라도 서 의원에 대해 읍참마속을 결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를 엄격히 구분하는 대통령의 솔선수범이야말로 국민적인 사표이기 때문이다.
김 차기대통령은 법질서의 회복을 위해서는 법집행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야당투사시절부터 뼈저리게 느껴왔다. 때문에 법원은 물론 검찰에 대해서도 엄격한 법적용을 하라는 암시를 짙게 표시하고 있다.
정주영씨의 명예훼손고소를 취하한 조순한은총재에 대한 그의 불쾌감은 보통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차기대통령은 취임하면 곧 권력형 비리와 현저한 공직자부패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기대통령측은 또 공무원 부정부패의 유형을 ▲인·허가 문제를 둘러싼 민원창구 부정 ▲정책기밀누설 ▲업자와의 담합 등 크게 세가지로 분류하고 직종별 부패유형도 파악하고 있다. 이를 기초자료로 부정부패방지위와 감사원 등의 감사기능을 강화해 공직자사회의 달라진 분위기를 시민들에게 피부로 느끼게 할 작정이다.
김 차기대통령측은 최근 공무원들의 호화유흥업소·고급식당·골프장출입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비공식 루트를 통해 『자기직무에 충실하지 않거나 유흥업소 출입자들은 반드시 대가를 받도록 할 것』이라는 요지의 경고문을 공무원사회에 전달한 결과라는 것이다.
김 차기대통령이 엄정한 법집행을 통한 사회기강 및 질서확립에 솔선수범하려는 굳은 의지는 여러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정권인수·인계과정에 대한 법적 모순으로 행정부 출범이 임기시작 반나절 이후부터 비롯되는 기형을 겪게 돼있지만 김 차기대통령은 지금까지 관례화 되다시피한 선조각 후추인의 방편을 밟지않고 정식 절차를 밟기로 한게 단적인 예다.
예외없이 법을 적용해 공정하게 집행함으로써 사회기강과 질서를 되찾는 길을 열고 그 결과로 땅에 떨어진 정부의 권위가 되살아날때 신한국 창조는 한걸음 다가설 수 있다는게 그의 신념인 것 같다. 그것이 집권 초반부터 끝까지 굴절없이 지속돼야 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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