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풀뿌리 모금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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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45.사진) 상원의원이 또다시 미국을 놀라게 했다. 그는 2분기 선거자금 모금 실적에서 민주당 초유의 3250만 달러를 모금했다. 당내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2분기 모금 실적 2700만 달러보다 무려 500만 달러 이상 많다.

오바마 후원금은 큰 줄기가 '소액 다수'의 풀뿌리 모금으로 형성됐다는 게 특징이다. 이번에 그를 후원한 사람은 15만4000명이다. 1분기와 합치면 모두 25만8000명이 그를 지원했다. 힐러리를 후원한 사람의 숫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바마의 '개미군단'은 힐러리 후원자를 숫자에서 두 배 이상 압도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오바마는 이러한 실적을 공개하며 "우리는 강력한 풀뿌리 선거운동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 운동이 미국과 워싱턴을 바꿀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힐러리 측은 오바마의 기록에 대해 "이미 예상한 것"이라며 특별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하지만 2분기 모금액의 대부분(3100만 달러)을 당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에 쓰겠다고 밝힌 오바마가 미 전역에서 광고 공세를 퍼부을 경우 힐러리와 오바마의 지지율 격차는 현재의 10~15%포인트보다 줄어들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힐러리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선거 유세에 동원하기로 한 것도 오바마의 상승세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힐러리는 그간 남편과 함께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그러나 2일부터 사흘간 남편과 함께 첫 경선이 실시될 아이오와주를 누빌 계획이다.

힐러리의 돈줄은 월가와 할리우드의 '큰손'이다.

경제전문지인 포춘 최신호(9일자)는 "힐러리의 선거자금 모금에 모건 스탠리의 존 맥 회장을 비롯, 썬마이크로시스템즈, 퀄컴, 에스티 로더 등을 대표하는 기업인 15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의 기록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3년 2분기에 모금한 3510만 달러엔 못 미친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 재선이 유력하던 부시와 상원의원이 된 지 2년이 조금 지난 오바마를 단순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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