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측 "양복까지 준비했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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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승연 회장은 당당했던 첫 공판(6월 18일) 때와 달리 2일 선고공판에서는 시종 공손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오전 10시 다소 긴장한 얼굴로 하늘색 반소매 수의를 입고 나와 피고인석에 섰다. 그러곤 고개를 약간 떨군 채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판결문 낭독을 경청했다. 하지만 실형이 선고되자 김 회장의 표정은 순간 굳어졌다. 이어 침통한 표정을 지은 채 구치소 직원들에 의해 서울구치소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법정에 대기 중이던 100여 명의 한화 임직원들도 실형을 예상 못한 듯 낮은 탄식 소리를 냈다. 한 직원은 김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에 대비해 양복이 든 대형 수트 케이스를 들고 방청하기도 했다. 한화 법무팀 관계자는 "김 회장의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 병보석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당혹감과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피해자들과 합의한 데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들의 탄원서까지 제출돼 정상이 참작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아쉬워했다. 이 관계자는 "총수의 부재로 건설.석유화학.금융 등 계열사들이 추진해온 해외사업이 타격을 입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2011년까지 그룹 매출의 40%를 해외에서 올리겠다는 글로벌 전략을 마련하고, 한화건설과 금융계열사의 동반 해외 진출과 한화석화의 중동 석유화학공장 합작을 추진해 왔다.

한화의 경영 체제는 김 회장의 수감 이후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일은 없을 것으로 한화 측은 보고 있다.

이현상.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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