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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로 가짜 UCC 폐해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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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사용자 제작 콘텐트(UCC) 열풍 속에서 가짜 UCC가 판을 치고 있다. UCC란 일반인이 상업적·정치적 목적 없이 만들어 인터넷에 올린 콘텐트를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UCC의 대부분이 가짜라는 데 문제가 있다.

 먼저 직접 만든 콘텐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UCC의 태반은 남들이 만든 것을 일부 가공하거나 그냥 퍼 나른 것이다. 가짜 UCC에 대해선 저작권 문제가 제기된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가 지난해 7월부터 3개월간 국내 10개 UCC 전문 포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통되는 UCC의 83.5%가 기존 방송이나 영화를 복제하거나 편집해서 올린 것이었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다음으로 사용자가 직접 만들었지만 내용을 조작하고 연출한 가짜 UCC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가난한 대학생들의 지하철 결혼식 동영상, 올 3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골목길 여중생 성폭행 동영상도 학생들이 연출한 것이었다. 남의 콘텐트를 베끼면 저작권 침해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자작극 UCC에 대해선 법적으로 처벌할 수도 없다.

 세 번째로 조직 전문가가 상업적·정치적 목적을 갖고 연출한 콘텐트를 유통시키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해 강아지를 풍선에 날려 보내는 ‘개풍녀’ 동영상은 특정 업체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연출된 동영상이었다. 최근에는 UCC 형식을 활용한 광고들도 등장하고 있다. 상업적으로 연출된 가짜 UCC는 설득할 의도가 없는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설득 가능성을 높이는 고도의 선전술을 동원하고 있다.

 앞으로 가짜 UCC는 계속 늘 것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익명의 가짜 UCC가 정치적 목적으로 연출·유포돼 여론을 왜곡하고 호도할 우려가 크다. 제3자의 UCC를 가장한 무책임한 흑색선전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될 경우 선거 판세를 뒤흔들 수도 있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UCC 이용자를 위한 실천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그러나 UCC제작자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만으론 가짜 UCC가 줄지 않을 것이다. 가장 실효성 있는 방법은 UCC 실명제 도입이다. 인터넷상에서 UCC를 올릴 때 UCC 제작자와 유통자가 실명을 사용하도록 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의 근원은 무책임한 익명성에 있기 때문이다.

최환진 한신대 교수·광고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