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중저가 국산품 외국산보다 실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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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졸업·입학 철을 맞아 일부 빗나간 부모들은 승용차까지 사준다지만 역시 따뜻한 마음과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을 전하는 선물로는 만년필이 제격이다.
편리한 필기도구가 다양하게 선보이지만 만년필은 오랜 전통과 함께 조심스럽게 글을 쓰도록 하고 자신의 글에 애착을 갖게 하는 정이 가는 소지품이다.
30년의 국산만년필 역사상 지난 3년 동안만큼 어려운 시기도 없었다. 새로 선보인 수성 펜으로 설 자리가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복고바람 덕분에 만연필수요가 조금씩 되살아나는 것이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10만원 이상의 고급 시장은 유명브랜드의 수입만년필이 강세. 2만원대의 중저가 시장은 여전히 국산이 휩쓸고 있다.
디자인이나 지명도에서 다소 뒤지지만 만년필의 생명인 촉을 비롯한 품질은 상당한 수준이어서 국산품이 가격대비 품질에서는 고급수입품에 비해 오히려 뛰어나기 때문이다.
금장, 은 장에다 금 촉까지 곁들인 고급품은 품위와 필기 감이 부드럽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2만원 안팎의 중저가 제품은 각종 신 합금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에 강도나 품질이 오히려 더 낫다는 평까지 받고 있다.
만년필을 고를 때는 촉을 잘 살펴야 하는데 전문가가 아니면 불량품을 구별하기 힘들다.
만년필 촉은 아직 10여가지 이상의 수 작업을 통해 만들고 있는데 국내 유명회사들은 요즘 직판 점에서 촉을 현장에서 직접 테스트 해주기도 한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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