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 “우리공장” 세웠다/논산 의류회사 (주)장자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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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동병상련 송영자씨 사재털어 설립/직원 백10명중 95명이 지체부자유/“제품만은 최고… 많이 애용해 줬으면”
장애인들이 모여 중소기업규모의 섬유공장을 세워 화제다.
15일부터 가동에 들어간 충남 논산군 광석면 천동리 산14의 1 (주)장자(회장 송영자·38·여)가 바로 그 현장. 자신도 장애인으로 논산군장애인협회장이기도 한 이 회사 회장 송씨가 지난 10여년간 식당 등을 운영해 번 13억7천만원의 사재를 털어 세운 장자는 운동복 전문제조업체로 생산직 1백명 등 모두 1백10명의 사원중 사무직 15명을 제외하고는 회장 등 경영진을 포함,95명이 지체부자유자들.
이 때문에 3천평의 부지에 1백20평짜리 공장 2개 외에도 3개동의 기숙사가 마련돼 있으며 모든 공정이 일본에서 수입한 자동화시스팀으로 꾸며져 있다.
특수설계된 70대의 재봉틀로 하루 80여벌의 운동복·작업복 등을 생산하는 일이지만 직원들은 작업이 시작되자 자신들의 힘으로 제품을 만든다는 기쁨에 젖어 휠체어를 탔다는 사실조차 잊은듯 분주하게 몸을 놀리는 모습들이었다.
한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를 타는 장경수씨(25)는 『겨우 거동만 해오다 이렇게 생산에 참여하게 되니 너무 기뻐 어쩔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주인」인 장애인들이 특히 긍지를 느끼는 것은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이 대형업체의 하청이 아니라 「내티(산뜻한 이란 뜻)」란 고유 브랜드로 판매된다는 사실.
회사연구실에서 김고정연구원(54·지체장애인)이 개발,특허출원한 디자인 등을 이용해 한벌에 3만원씩 대리점을 통해 판매되 전국민에게 자신들이 만든 옷을 입게 해준다는 기쁨때문이다.
장자는 이를 위해 전국 50여 장애인단체와 대리점계약을 맺는 한편 유명백화점·유통업체 등에도 판매장을 갖춰놓고 오는 20일부터 납품할 계획이다.
사원들이 거의 논산군협회회원인 이 회사는 제품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장애인사원 및 자녀들의 학비지원은 물론 올해안으로 공장 옆에 1천5백평의 부지를 구해 복지회관도 건립하고 앞으로 인근 은진면에 5천평 규모의 장애인 마을도 조성할 계획이다.<논산=박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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