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부 공익광고, 저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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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예민한 사회문제를 다루는 일부 공무원의 의식이 너무 수준이 낮다. 공무원은 시민을 선도(先導)할 정도로 교양과 종합적인 이성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사례를 보면 실상은 거꾸로인 것 같다.

보건복지부의 ‘절주(節酒) 캠페인’ TV 광고는 저급한 발상 때문에 계속 논란을 빚고 있다. 곧 방영될 2차 광고는 회식 자리의 직원들이 점점 술에 취하면서 얼굴이 개로 변해가는 내용을 담았다가 말썽이 일자 수정에 들어갔다. 이미 방영된 1차 광고는 한국의 한 건설회사가 두바이에 짓고 있는 세계 최고층 빌딩과 비슷하게 생긴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을 담았다가 회사 측의 항의로 이를 고쳤다. 음주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강조하려 우리 손으로 짓는 세계 최고층 빌딩을 필름상에서 간단히 무너뜨려 버렸던 것이다.

지나친 음주는 개인과 사회에 손실이 크니 음주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공익광고야 있을 수 있다. 광고뿐만 아니라 학교·사회교육 등 여러 수단이 동원될 만한 문제다. 그러나 그 설득엔 품위가 있어야 한다. 음주에는 여러 사회·문화적 측면이 있다. 그런 종합 구도 속에서 문제를 그려내야지 취객을 ‘비속어급 동물’에 비유하면 되겠는가. 광고를 본 아들·딸들이 술 취한 아버지를 어떻게 보겠는가. 이런 광고를 기획한 공무원들이야말로 의식이 ‘취중(醉中)’에 있다.

지하철역에는 ‘해외에서의 성매매도 처벌됩니다’라는 여성가족부의 제보 안내 광고가 시민의 머리 위에 네온사인처럼 반짝인다. 일부 해외여행 남성의 성매매가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이는 어느 나라에나 있는 문제다. 그런데도 이리 요란하게 광고하는 것은 출국하는 모든 남성에게 의심의 꼬리표를 붙이는 일이다. 지하철역은 남성 어른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남학생 그리고 여학생·주부·할머니도 이용하는 공동체의 주요 공간이다. 그들이 그런 광고를 보면 혹여 남편·아버지의 얼굴에서 이상한 장면을 연상하지는 않을까. 공무원들은 문제에 흥분만 할 게 아니라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회의 품격도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