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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의 역사를 바꾼 명차 / 부가티 … 유럽 그랑프리 휩쓸던 걸작 스포츠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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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세파에 찌든 현대인들은 과거 순수했던 추억 속의 그 무엇을 갈구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올드 카 매니아어들은 너무나 (ㅅ가첨단화된 자동차들보다 단순하면서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자동차를 그리워한다. 폴크스바겐의 뉴 비틀, 1950년대 BMW의 명스포츠카인 507의 현대판 BMW Z8, 포드의 뉴 선더버드 등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30년대 스포츠카와 레이스카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던 프랑스의 부가티(Bugatti)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세기의 무희 이사도라 덩컨을 29년 저 세상으로 보낸 스포츠카라면 기억하는 사람이 더러 있을 것이다.

 이 차는 이탈리아 예술가 집안 출신의 에토레 부가티가 빚어낸 걸작이다. 덩치와 엔진이 크고 운전하기 힘들었던 당시 스포츠카들과 달리 작고 아름다운 고성능의 이 차는 유럽의 그랑프리를 휩쓸었고 카 매니어들을 매료시켰다. 에토레 부가티가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세상을 떠나면서 이 차의 명맥도 끊어졌다. 그 후 부가티 매니어들의 갈망을 이어주기 위해 현대판으로 환생한 최근 작품이 부가티 18/4 베이롱이다.(사진上)

 18/4 베이롱은 어마어마한 18기통 8L 1001마력의 초강력 엔진을 얹었다. 18은 18기통, 4는 네 번쩨 모델이라는 뜻인데 일반 도로용 승용차 중 최다 기통을 기록한 차다. 부가티의 환생작품은 98년 파리 오토살롱에 등장했던 118이 처음이다. 99년 제네바 모터쇼에 호화판 4도어 세단인 218, 그해 가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제3세대인 미드십 엔진의 수퍼카 18/3사롱이 출품됐다. 사롱과 베이롱은 30년대 부가티를 몰고 유럽의 레이스를 주름잡았던 프랑스의 명레이서 이름을 딴 것.

 18/4 베이롱은 스포츠카의 특성인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대담한 공기역학적인 곡선형 보디라인으로 스포티한 감각을 최대한 살렸다. 운전석 뒤쪽에 얹은 엔진을 위해 지붕 뒤에는 엔진용 공기 흡입구를 날개처럼 세우고 부력을 줄이기 위해 리어 오버행을 짧게 하여 막 돌진하려는 맹수 형상이다.

 차체는 카본으로 만들어 부가티 전통의 파란색 페인팅에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말발굽형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달았다. 최고 시속 407㎞까지 낼 수 있고, 출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2초. 그리고 상시 4륜 구동이다. 현재 폴크스바겐 산하에 있는 부가티 공장에서 주문생산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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