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의 영어산책 ④ 대영백과사전 첫 항목은 한국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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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영백과사전(Ency-clopædia Britannica) 15판의 첫 항목(entry)은?

a-ak, 즉 ‘아악(雅樂)’이다.
A J Jacobs라는 재미있는 친구가 있다. Esquire라는 잡지의 편집인 중 한 명이고,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에 가끔씩 기고하는 친구다. 이 친구가 어느 날 세계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어떻게? 그가 선택한 전략은 대영백과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었다.

3만3000쪽, 6만5000항목, 9500명의 필진, 총 4400만 단어, 32권짜리 대영백과사전을 Jacobs가 다 읽고 나서 쓴 책이 『The Know-It-All』(2004)이라는 책이다.
그가 대장정에 나섰을 때 처음으로 맞닥뜨린 단어가 바로 a-ak이다. 그 순간을 Jacobs는 이렇게 술회한다. “That’s the first word in the Encyclopædia Britannica.

‘A-ak.’ ”(대영백과사전의 첫 단어는 ‘아-악’이다.)
그런데 아악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Ancient East Asian music. See gagaku.”(옛 동아시아 음악. 가가쿠 항목을 보시오.)라고 달랑 나와 있더라는 것이다.

“What a tease! Right at the start, the crafty Britannica presented me with a dilemma.”

(참 대단한 ‘예고편’이군. 영악한 대영백과사전이 처음부터 나를 딜레마에 빠뜨렸던 것이다.)
 
Jacobs는 A에서 Z까지 차례로 읽을 생각이었는데 첫 항목부터 다른 항목을 참조하라니 난감할 수밖에. 하지만 그는 처음 계획대로 순서대로 읽기로 한다.

“Why ruin the suspense? If anyone brings ‘a-ak’ in conversation, I’ll just bluff. I’ll say, ‘Oh, I love gagaku!’ or, ‘Did you hear Madonna’s going to record an a-ak track on her next CD?’ ”

(서스펜스를 망칠 필요는 없지. 누가 대화에서 아악 이야기를 꺼내면 그냥 아는 체하지 뭐. 그냥 ‘나는 가가쿠를 좋아해’ 또는 ‘마돈나가 다음 CD에서 아악 트랙을 녹음한다는 소리 들었니?’라고 말이야.)
 
Jacobs는 세계에서 제일 똑똑하게 됐을까? 글쎄. 그는 일단 이 책으로 유명하게 됐다. 내친김에『성경말씀 그대로 살아본 일 년(A Year of Living Biblically)』이라는 책의 집필에 착수했는데 책이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Jacobs 방식을 응용해 영어사전을 a부터 z까지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김지영 재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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