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수입 급증추세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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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해외 미술품 수입이 완전 자유화된 91년 급증 추세를 보였던 해외 미술품 수입이 지난해엔 완만한 증가세로 한풀 꺾였다.
관세청이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92년 10월말 현재 해외 미술품은 8천77점, 1천7백 3만 달러 어치가 수입됐다.
90년에는 1천6백17점, 2백6만2천달러 어치가 수입됐고 해외 미술품 수입 때 관세가 없어진 91년에는 6천18점, 1천7백75만1천 달러로 껑충 뛰었으나 지난해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완만한 증가세로 선회했다.
이처럼 해외 미술품수입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은 국내외 미술시장 침체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지만 아직까지도 미술품을 사치품으로 보는 사회적 통념과 미술품 구입을 건전한 투자가 아니라 투기로 보는 세정당국의 따가운 시선도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고 미술계는 지적한다.
가나화랑 대표 이호재씨는 미술품을 사치품으로 분류하는 관행이 남아 수입 미술품 구매자를 낱낱이 밝히도록 한 세법 규정이 자금출처 조사·세금 추징 등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개인 수장가들의 구입 의욕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미술품을 문화상품으로 볼 뿐만 아니라 미술품 수입을 자국의 부의 축적으로 간주, 일단 수입된 미술품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는지에 대해선 일절 상관하지 않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씨는 또 일본이 처음으로 무역 흑자를 기록했던 60년대에 미술품 수입분으로 1백억 달러를 국가예산에 책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의 자세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덧붙였다.
화랑협회 회장 김창실 씨·고미술협회 회장 김대하 씨 등도 『미술품을 사치품으로 보는 사회적 통념을 바꾸고 국내 미술시장이 외국 작가들의 재고품 처리장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며 『정부가 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수입 미술품의 작품당 가격은 90년 1천2백75달러(약 1백만원)에서 91년에는 2천9백50)달러 (약 2백30만원)로 2배 이상 높아졌으나 지난해엔 2천1백30달러(약1백60만원)로 오히려 하락했다. 이는 수입자유화조치 이후 우리 미술시장이 외국의 저질품이나 재고품 처리장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당초의 우려를 버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수입 대상국가 및 수입선이 다변화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91년에는 미국·서유럽·중국이 주류를 이뤘으나 지난해엔 소련·동구권·중남미·아프리카 등지로 다변화됐고 화랑 외에 대우·선경·코오롱·일신방직 등 대기업들이 수입선으로 대거 참여했다.
이들 대기업들은 대부분 부설미술관의 소장용 또는 전시용으로 들여왔으나 코오롱의 경우 새해 회사 달력에 쓰기 위해 남아프리카 및 케냐작품 30점을 들여와 눈길을 끌었다.<최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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