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와 일본 전 총리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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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사진) 전 총리가 28일 오후 도쿄(東京) 자택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향년 87세.
 
미야자와 전 총리는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를 거치는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1953년 참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외상과 관방장관, 대장상(현 재무상) 등 주요 각료를 두루 지낸 뒤 91년 11월부터 93년 8월까지 총리를 지냈다.

총리 재임 중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을 통과시켜 자위대 해외 파견의 길을 열었다.

그러나 정치개혁법안 좌절로 중의원을 해산한 뒤 총선에서 과반수 획득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자민당 일당 지배에 종지부를 찍고 비자민 연정인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내각에 정권을 넘겨주는 불운도 겪었다.

그는 97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내각에서는 다시 대장상으로 기용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처리를 진두 지휘하기도 했다.

2003년 10월 12선 의원이었던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은퇴 권유를 받아들여 중의원 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대장성 관료였던 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참석해 당시 일본 측 참석자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

미야자와 전 총리는 경(輕) 무장과 호헌, 평화노선 등을 추구해 온 전후 ‘비둘기파’의 상징적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교도통신은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의 말을 빌려 “헌법 9조의 개정에 반대해 온 그가 헌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현재 할 일이 많은데 타계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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