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회담 무조건 재개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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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해 12월 21일부터 3박4일간 서울에서 열리기로 돼 있던 제9차 남-북 고위급회담이 무산되었다. 내용의 실질적인 진전여부야 어떠했든 약속한 날짜만은 잘 지켜 형식상 순조롭게 진행되어 온 남-북 고위급회담이 결렬된 것이다. 사실 대통령선거에 모든 신문·방송, 그리고 행정력이 총동원되어 고위급회담이 결렬되었는지도 모르고 있는 국민들도 많을 것이다.
남-북 고위급회담은 형식상이나마 계속 진행되어 오면서 내용 면에서 많은 합의점과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이 사실이다.「군사공동위」「경제교류협력공동위」「사회·문화교류협력공동위」「핵 통제공동위」, 평양 8차 회담에서 쌍방간에 합의를 본「화해공동위」등 남-북한 각 분야의 실무자들이 직접적으로 접촉하여 왔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들이 북한이 팀스피리트훈련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바람에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국제정치역학관계에서 보면 핵과 관련된 남-북한 문제는 자체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제원자력기구가 개입하게 되고, 북한은 또한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빌미로 남-북 고위급회담을 거부하여 남-북 관계를 냉각시키고 있다. 양 비론 적인 측면에서 보면 남한은 팀스피리트훈련의 재개로 남-북 관계의 악영향을 초래했고, 북한은 핵사찰문제를 팀스피리트훈련과 연계하여 남-북 고위급회담을 거부하여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대화의 창구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호간의 신뢰를 회복·구축할 수 있는 길은 부단한 접촉을 통한 대화 속에서만이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한에서의 문민정부 등장은 남-북 관계에 순기능 할 것으로 예측된다. 즉「남-북 정상회담」도 쉽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가간의 외교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중 하나인 정상회담의 추진도 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고지도자간의 정상회담 추진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8차에 걸쳐 진행되어 온 고위급회담의 재개가 우선 순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재기<광주시 북구 중흥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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