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랬다. ‘런더너(Londoner)’ 24명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엮은 런던안내서 '리얼 런던'(랜덤하우스)에는 런던 사람들의 실제 삶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2005년 10월부터 올 1월까지 영국 런던에서 유학생활을 한 저자 박수진(38.사진)씨를 만나 뒷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탤런트 전광렬씨의 아내. 1995년 결혼해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을 두고 있다.
“런던은 서울 말고 제가 처음으로 살아본 곳이에요. 가기 전에 런던을 알고 싶어 책을 많이 샀는데, 문화ㆍ역사 등 딱딱한 정보만 어렵게 설명해 놓아 아쉽더라고요. 진짜 런던 사람들이 얘기하는 진짜 런던 얘기를 듣고 싶었는데…”
대학 졸업 후 방송작가와 패션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던 그는 늘 배움에 목말랐다.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of Art Design)에서 석사 과정 입학 허가를 받은 것은 2002년이었지만, 가족을 두고 혼자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입학을 세 번이나 연기했어요. 2005년 대학에서 이제 더 이상 연기는 안된다는 최종 통보가 왔어요. 갈등하고 있는데 남편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으면 가라. 지나고 보면 1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라더라고요. 그 말에 용기를 냈죠.”
기존 런던안내서에 실망한 그는 직접 책을 써보기로 마음 먹었다. 다른 사람들은 런던에 대해 뭘 알고 싶어할까. 100 문항짜리 설문지 200부를 한국의 지인들에게 보냈다. 한달 반 만에 회수한 설문지의 결론은 ‘보통 런던 사람들의 생각과 삶이 궁금하다’였다.
그래서 인터뷰 형식을 시도했다. 인터뷰 대상자는 다양했다. 코벤트 가든에서 거리 공연을 하는 스티브 에드워드, 말리본 하이 스트리트의 한 치즈가게 주인 패트리샤 머첼슨 , 무작정 e-메일을 보내 인터뷰를 하게 된 퍼포먼스 아티스트 레슬리 힐, 친구의 남편인 프리랜스 카메라맨 다니엘 윌슨, 대학에 특강하러 온 전 섹스 피스톨즈 멤버 글렌 매트록 등.
이들은 “주말에는 보통 하루는 집 근처에서 보내고, 하루는 동네 밖으로 나간다” “런던의 복잡함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리치몬드 공원으로 가라” “런던은 지하철을 고쳐야 한다” 등의 대답을 해줬다. 또 이들에게서 음식점.박물관.바 등 명소도 300여 곳이나 추천 받았다.
꼬박 1년을 책에 매달린 그는 “이 책이 런던을 제대로 알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렇다면 ‘박수진’이 본 런던은 어떤 곳일까.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이 존중 받는 곳, 축제의 도시, 기회의 땅이에요. 또 박물관과 갤러리에 공짜 전시가 넘쳐나 누구든지 문화와 예술을 맘껏 누릴 수 있는 도시고요.”
글=이지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