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작가 모르조비치 풍자시 「행복의 공식」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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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굶어 죽지 않아 행복하오”/옐친의 개혁정책 신랄히 비난/식량난 등 참담한 생활상 담아
러시아의 저명작가이자 사회학자인 게르만 모르조비치는 최근 프라우다지에 발표한 『행복의 공식』이란 시로 러시아가 당면한 극도의 식량난을 풍자하고 있다.
모르조비치는 자신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같은 제목의 기고문에 러시아인들의 참담한 생활상을 담은 이 시를 끼워넣어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성과없는 개혁정책」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그는 옐친대통령이 지난 1월 가격자유화 등 충격요법을 도입할 당시 『오는 가을께면 생활이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한 약속이 이행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번 가을을 맞아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설문으로 여론조사를 실시,그 답변들을 소재로 해설과 풍자시를 엮었다.
그는 해설부분에서 개혁 8개월이 지난 지금,생활개선은 커녕 행복이란 단어마저 폐어가 되다시피 했다고 지적하고 그 예로 『기름기 좔좔 흐르는 수코양이를 잡아먹는 것』 등을 자신의 행복이라고 꼽는 갖가지 답변들을 나열했다.
문제의 풍자시는 행마다 식량난·물가고,이에 따른 도둑·깡패들의 횡행 등 사회병리현상을 반어적으로 꼬집고 있다.
특히 마지막 행에서는 개혁파의 기수중 한사람인 가브릴 포포프 전모스크바시장을 사임이후 TV에서 대하지 않게돼 행복하다고 밝혀 현재의 개혁정책에 대한 반감을 노골화하고 있다.
다음은 시전문.
『굶어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오/모밀 몇톨이나마 남아있으니 나는 행복하오/바퀴는 도둑맞았지만 차체만은 잃어먹지 않았으니 나는 행복하오/승강구에서 고꾸라지지 않았기에 나는 행복하오/내력없이 얻어터졌지만 그래도 죽도록 맞지는 않았고 뺨을 맞았어도 줄뺨세례는 모면하고 두어대로 때웠으니 나는 행복하오/빵값이 올랐지만 그래도 백오십배가 아니라 오십배만 올랐으니 나는 행복하오/입고 있는 수용복을 강탈당하지 않았으니 나는 행복하오/덩치 큰 성버나드견보다 훨씬 덜 먹어치우는 조그마한 보르조이견을 키우고 있는 나는 행복하오/TV에 포포프의 몰골만이라도 오랫동안 안보이니 나는 행복하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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