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치참여 없을 것”/김 총재­정세영회장 대화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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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가 경제 회복 나서길”김 총재/“법위반 직원에 관용을”정 회장
김영삼대통령 당선자가 26일 오전 민자당사를 찾아온 정세영현대그룹회장과 나눈 대화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김영삼대통령당선자=오랜만입니다.
▲정세영회장=축하합니다.(악수)
▲김=그간 고생많았지요. ▲정=저야 뭐…. 사서한 고생인데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김=얼마전에 그룹사장단과 회의했다면서요.
▲정=네,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김 총재께도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모든걸 너그럽게 이해해주십시오. 김 당선자께서 하시는 일에 앞으로 2백% 협조하겠습니다.
1년간이나 형님을 말렸습니다. 경제가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고 말하면서 정치참여를 만류했습니다. 그게 잘 안됐지요. 앞으론 어떤 일이 있어도 정치에 개입하는 일이 없을 겁니다.
▲김=현대기업의 정치참여는 정치사에 좋지않은 선례를 남겼어요. 돈이면 다 된다는 황금만능 사조가 번질 것을 우려했습니다. 다행히 위대한 우리 국민이 잘 판단해 좋은 결과를 내주어 감사하고 있습니다. 한데 문제는 현대임직원의 정치참여로 현대경영이 부실해지지 않을까 하는게 큰 걱정이에요.
현대는 곧 국민당이라고 공언하면서 기업조직과 인력을 선거전에 동원했지 않아요. 그 때문에 유능한 경영인이 기업경영 대신 당 활동에 전념하는 사태가 빚어졌어요. 안될일이죠. 다시 정상적인 기업활동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매우 걱정입니다.
▲정=현대임직원 출신 국민당 당원 모두를 탈당시키겠습니다. 오늘 안으로 전원 복귀하도록 촉구했습니다. 현업에 복귀하는 임직원은 기업경영에 전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기업 자체가 정치에 참여해 경제고백을 가져온건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그러나 현대는 꼭 살려야 합니다. 현대기업이 제대로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어요. 다시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게 만들어야지요.
▲정=감사합니다. 정주영대표가 정치에 참여하려 했을때 그런 일은 역사에도 없고 이런식으로 해선 안된다고 형제 전체가 나서서 극구말렸지만 아무 소용 없었어요. 너무나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김=좌우간 이번에 현대가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경제계에도 대립과 불화를 조성했습니다. 국민들은 재벌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아요.
▲정=김 당선자께서 하시는 일에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불행중 다행은 총재께서 당선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대표께서 정계에 들어와 여러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부분들이 있습니다. 좋은 방향으로 나가도록 열심히 설득하겠습니다.
▲김=정 회장(정주영대표 지칭)이 그렇게 힘있는 분인데…. 좋은 방향을 못찾고 있는건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정=몸이 불편한 둘째형(정인영 한라그룹회장을 지칭)까지 나서서 말릴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역부족이었으니 이해해주십시오. 정치와는 확실히 단절하겠습니다. 잘 이해해주십시오. 현대직원중 3백80여명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총재께서 말씀하신대로 법과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면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 회장께서 앞으로 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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