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내교육 달라졌다/강의·극기훈련대신 토론·자율학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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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예산증액… 「5분스피치」 등 이색프로그램도
『정원 10명의 배에 선원 9명이 타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선장이 타자 배가 가라앉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수수께끼가 아니라 대우그룹이 올해부터 신입사원교육과정에 포함한 「문제해결 사고기법」중의 하나로 『배라면 으레 뜨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잠수함」이라는 답을 찾도록 유도하는 문제다.
이 시간이 끝나면 7∼8명 그룹별로 창의력 개발,합리적인 업무수행법,자기혁신방법 등의 시간이 계속되고 이 때마다 교육생은 스스로 목표와 접근방법을 세워 열띤 토론을 벌인다. 연수담당자는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외부인사 초청강연을 우두커니 듣다가 극기훈련 한바탕하고 회사가 내준 교재 몇장 들춰보다 시험치는 지금까지의 신입사원 교육과는 전혀 딴판이다.
이같은 교육방법은 대우뿐 아니라 최근 수년전부터 삼성·선경 등 주요그룹들에서 본격 시도돼 올해는 대부분의 기업에 확산되고 있으며 기존직원·관리층에 대한 사내교육도 이같은 형태로 대폭 강화되고 있다. 기업환경이 갈수록 급변하고 경쟁이 격심해지는 상황속에서 고정화된 관념이나 지식·업무능력만으로는 이에 대처할 수 없으며 대신 창의력·순발력·적극적 사고를 키울 교육이 필요해졌다는 것이 변화의 이유.
이 때문에 각 회사들은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불구하고 올해 교육비를 10∼20% 정도 늘리고 담당부서를 대폭 확대개편하고 있으며 평균 2주정도의 신입사원교육은 한달로,3일 정도에 그치던 기존 직원의 직능·직무교육은 1주일∼10일단위로 잡고 있다. 그리고 교육방법도 강의가 아닌 토론,이론대신 실습,주입식이 아닌 자율적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대우의 경우 올해 1인당 연간 교육비를 22만원에서 30만원으로 높이고 기조실산하 연수부를 회장직속 인력개발원으로 확대시키는 한편 토론식 교육비중을 지난해 60%에서 올해 75%로 늘렸다.
선경은 올해 신입사원교육에서 강의식교육을 아예 모두 없앴으며,10㎞ 산악훈련 등 가장 엄격한 신입사원교육으로 유명한 삼성도 과정을 대폭 완화해 교육생 스스로가 필요한 것을 찾아 학습토록 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코오롱·효성·한화그룹 등도 「기업경영 게임」「5분 스피치」 등의 창조력 개발프로그램을 만들었고,고합그룹의 경우 올해부터 위기대처능력과 자신감 향상을 위해 신입사원 전원을 느닷없이 동경 나리타공항에 내려놓고 동경시내 모지점으로 찾아오는 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담당분야 위주로 실시하던 기존직원에 대한 교육도 최근 『타분야를 알아야 맡은 일도 잘한다』는 관점이 대두되면서 대우는 올해부터 대리급 직원은 인사노무·생산·재무회계·마키팅 등 4개과정을 모두 통과해야 승진이 가능토록 했다. 또 사내교육대상에서 제외되던 부­차장·임원급도 향후 경영후계자를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삼성은 90년부터 1년과정의 「21세기 리더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대우도 올해부터 고급경영자과정(TPM)을 신설,운영하고 있다.<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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