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집행부 또 '변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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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총파업에 조합원을 참여시키기 위해 이번 파업 목적과는 동떨어진 '임금투쟁 승리를 위해'라는 명목을 내거는 이중 플레이에 또 나섰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협상도 하기 전에 파업부터 하자는 말이냐"며 반발했다. 회사 측은 현대차 노조 파업 사상 처음으로 "파업 중 생산라인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노조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또 이중 플레이=노조 안팎에서는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노동계를 향해서는 반FTA투쟁에 앞장선다는 이미지를 주고, 조합원들에게는 임금 투쟁을 걸고 들어가 파업에 참여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또 정치파업이라는 국민의 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노조는 26일 소식지를 통해 "28, 29일 파업 투쟁은 올해 임단투(임금단체협상 투쟁) 전초전이다. (FTA 저지를 위해) 강력한 투쟁으로 당당하게 맞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임금 월 12만8805원 인상, 올해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금으로 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임단협 요구안을 25일 회사 측에 전달한 사실과 함께 "사실상 임단투가 시작됐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노조측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정치투쟁에는 반감이 크지만 임금 문제에는 똘똘 뭉쳐 집행부를 밀어준다"고 말했다. 반FTA 파업을 임금 협상으로 포장하려는 의중을 읽게 해 주는 대목이다.

◆조합원 반발=현대차 노조 홈페이지에는 "7월 5일 노사 간 임단협 상견례를 한다던데 파업하면서 상견례할 겁니까? 임단투 승리를 위해 4만4000명이 흔들림 없는 결의를 모으자고 하면서 조합원이 원하지 않는 정치성 파업을 선동해야 되겠습니까? 이런 불신 속에 2007년 임단투 승리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노조원의 집행부 성토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박대식 울산 1공장 공장장 등 현대차 9개 사업부 모든 책임자들은 26일 일제히 "(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한) 28, 29일 정상조업을 하겠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내걸었다. 회사 측 한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70~80%가 파업 불참 움직임"이라며 "예전엔 노조가 파업을 벌이면 생산라인 가동은 엄두도 못 냈다"고 말했다.

◆분노한 시민들=26일 오후 3시 울산 현대자동차 정문과 명촌 정문, 제4정문 등 세 곳에는 울산지역 140개 시민.사회.경제단체가 모인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회원 4000여 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명분 없는 불법 정치파업 전 국민이 지탄한다' '현대차 노조 연례파업, 울산시민은 분노한다'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를 했다.

30여 분간의 집회가 끝난 뒤 이두철 위원장은 '동시파업 계획을 철회해주기 바란다'는 호소문을 회사 측 박영신(47) 보안팀장에게 건네주며 "110만 울산시민의 염원을 노조에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울산=이기원.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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