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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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겨울이 오면서 돌연 몰아친 한파로 사람의 마음이 사뭇 위축되어있다. 찬바람에 절로 어깨가 움츠러드는 이즈음 사람들은 원기흐름이 원활치 못하고 활력을 잃고 결국 기력마저 떨어지게 마련. 이때쯤 권하고 싶은 전통 차는 산수유차. 창밖에 흰눈이 날리고 매서운 바람이 창문을 덜커덕 흔들며 지나갈 때 난로 불에 올려놓고 은근히 달여내는 산수유차는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모습에서뿐만 아니라 마실 때 느끼는 미각으로도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 받고 있다.
산수유차는 대추를 몇알 넣고 달여야 새콤달콤한 제맛이 난다. 손님을 청해 놓고 산수유차를 권하며 담소하다 보면 어느새 추위가 저만큼 물러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름만으로도 향긋한 내음이 느껴지는 산수유. 밤이면 두견새가 교교히 우는 음력3월께면 산간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어도 노란 산수유가 봄비 속에 함초롬히 피어난다. 또 가을이면 길쭉한 타원형의 열매가 붉게 익는다.
산수유는 우리 나라 중부 이남 지역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붉은 살이 차 재료로 쓰인다. 이름도 재미있는 층층 나무과에 속하는 산수유의 기미는 따뜻하며 신맛이 난다. 간을 보하고 땀을 멎게 하며 자윤·익정·수렴의 효능이 있어 전반적으로 허약한 남성은 물론이고 식은땀을 흘리는 사람이 장복 하면 좋다.
남자들의 양위·유정 등의 증상을 다스리고 여자들의 자궁출혈·월경과다·허리나 무릎이 시리고 쿡쿡 쑤시는 증세에 효험이 있다. 소변이 시원찮은 빈뇨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가끔 귀울림 (이명) 현상이 나타나는 사람에게도 좋다고 한다.
찻거리나 약재로 쓸 산수유는 10∼11월께에 빨갛게 잘 익은 열매를 채취하여 우선 과병을 제거하고 약한 불에 그을린 다음 씨를 빼내고 남은 과육을 따사로운 늦가을 햇살에 잘 건조 시키는게 좋다. 씨를 빼낼 때는 사람의 타액효과를 믿어 입으로 하는게 좋다고 하고 가급적 처녀가 입으로 깨물어 빼낸 것이 약효가 높다고 한다.
산수유는 꿀에 재었다가 나중에 뜨거운 물에 타 마셔도 좋으나 적당량의 설탕과 함께 10배정도의 소주에 담갔다가 마시는 산수유주는 피로 회복과 자양강장 효과가 크다 하겠다. 산수유주는 밀봉하여 서늘한 곳에서 1백일이상 숙성시키면 약효가 난다하는데 식후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부부가 음용 하는 금실 주로 단연 손꼽을 만하다. <관동대 연호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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