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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블로그] 단돈 '3만9000원' "교복값 이 정도는 돼야"

중앙일보

입력

“교복 값이 3만 9000원인 곳이 있다던데 어느 학교예요?” “계산여고 하복이래요. 우리 딸 아이는 13만원 주고 샀는데 3분의 1 값이네요.” “4만원에서 1000원 빠진 착한 가격입니다.” 최근 교육 품앗이 관련 한 커뮤니티에 학부모 네티즌이 올린 글들이다.

사진제공=계산여고

인천 계산여고의 하복(夏服)이 엄마들 사이에서 화제다. 하복 한 벌 값이 ‘3만 9000원’으로 가계부 부담을 확 줄였기 때문이다.

올 들어 ‘교복 거품’ 논란이 계속되자 계산여고 학부모 6명은 교복공동구매 추진협의회(이하 추진협)를 자체적으로 꾸렸다. 추진협은 “하늘을 찌를 듯한 내 자녀 교복값, 우리 손으로 걷어내자”는 의지로 4월 학교 운영위원회에 교복 공동구매 안건을 냈다.

추진협은 하복을 구입해야 하는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공동구매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70%에 가까운 찬성 답변을 얻었다. 이후 시 교육청을 통해 업체 모집 선정에 나섰고 교복의 원단 제질, 가격, 디자인, 애프터서비스 등을 고려해 이에 딱 맞는 교복 업체를 찾기 시작했다.

추진협은 최종 품평회까지 올라온 두 교복 업체의 교복을 학생 모델에게 입힌 후 각 학급을 돌아다니게 했다. 학생들이 입을 교복을 직접 선택하게 하는 한편 두 업체의 경쟁을 통해 가격 인하를 노린 것이다.

투표 결과 ‘뒷 라인’을 강조한 A업체의 교복이 선정됐다. A업체가 낸 교복 입찰가는 4만5000원. 그러나 추진협은 6000원을 더 깎아 3만9000원에 최종 합의를 봤다. 1학년 학생 총 520명 중 270명이 공동 구매에 동의했다. 신청자가 별로 많지 않은 이유에 대해 추진협 대표 이종임(45)씨는 “공동구매 시점이 좀 늦어 미리 하복을 구입했거나 동복 구입 시 예약금을 미리 걸어둔 학생이 많았다”며 “유명 교복 업체에 비해 디자인이나 원단 제질 등이 전혀 떨어지지 않아 미리 구입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무척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고교 하복 값은 일반적으로 12~13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 초 교복 거품 논란이 확산되자 각 업체들은 7만~8만 원 선으로 값을 내렸다. 이에 비하면 계산여고의 하복은 말 그대로 ‘반값’ 교복인 셈이다.

교복 공동구매의 여파는 다른 교복업체의 가격 인하를 불러왔다. 추진협은 이 기세를 몰아 내년 초 학생들의 동복 구입도 공동으로 구매할 예정이다. 일선 학교의 동복은 보통 30여만원 안팎이다. 이종임씨는 “아직 동복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12~13만 원 선에 맞춰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역시 엄마들의 파워는 강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교복 착용 학교(중ㆍ고교 2005년 12월 기준)는 4835곳이며 이중 2007년 하복 공동구매를 추진한 학교는 1733곳이다. 65% 가량의 학교가 교복 값의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엄마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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