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한국에 세금 안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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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론스타가 외환은행·극동건설·스타리스 지분 매각으로 막대한 차익을 올렸지만 한국에 낼 세금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25일 “외환은행·극동건설·스타리스에 대한 투자는 론스타의 벨기에 투자회사를 통해 이뤄졌다”며 “따라서 벨기에와 한국의 조세조약에 근거해 세금을 내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벨기에와 맺은 조세조약에 따르면 벨기에에 설립한 법인으로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회사가 주식 등 유가증권을 팔아 챙긴 이득에 대해서는 거주지국인 벨기에가 과세권을 갖도록 돼 있다.

 론스타는 대신 한국 사회에 내놓기로 약속한 기부금을 1000억원보다 조금 더 내놓을 것을 시사했다. 국세청은 그러나 사실관계를 파악해 론스타에 대한 과세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세금 추징을 놓고 양측 간 치열한 논리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론스타는 최근 외환은행 지분 13.6%와 극동건설·스타리스를 LSF-KEB홀딩스·KC홀딩스·에이치엘홀딩스와 같은 벨기에에 설립한 법인을 통해 매각했다. 3개 회사의 지분을 2조1523억원에 매각해 약 1조5000억원의 투자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한국이 벨기에와 맺은 조세조약. 과세권이 벨기에에 있기 때문에 국세청이 세금을 물리기 어렵다. 국세청은 론스타의 벨기에 법인이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이기 때문에 과세가 가능하다는 해석이지만 이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양도차익을 얻는 주체는 미국의 론스타 펀드가 된다. 이때는 미국과의 조세조약에 따라 미국이 과세권자가 된다. 어떤 경우에도 론스타에 국세청이 세금을 물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레이켄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한국 현행법이 정하는 모든 세금을 한국 정부에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론스타)는 납세 문제로 비판을 받아왔지만, 우리 입장에서 생각하면 조세협약을 이용한 투자가 사업상 상식적”이라며 “투자자에게 목표수익을 맞춰주기 위해 기본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은 모든 재무담당자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글로벌 금융 회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라며 “한국의 기업도 국제적인 비즈니스를 할 때 늘 고려하며 노력하는 사안 중 하나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론스타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과세하겠다”며 “과세 여부를 검토하고 논리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청와대가 직접 답변할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법이나 소득세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론스타에 대해 세금을 추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법인세법에는 외국 기업이 국내에 ‘자신을 위해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는 자를 두고 있을 때’는 고정 사업장을 둔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이 있다. 론스타가 국내에 사업 장소(스타타워 빌딩)를 두고 이곳을 통해 사업(외환은행 인수)을 수행했기 때문에 이 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편 지난해 론스타가 1000억원의 기부금을 한국 사회에 내놓겠다는 발표와 관련, 그레이켄 회장은 “극동건설과 스타리스 매각 차익도 일부 기부할 계획이기 때문에 1000억원보다 조금 많은 액수가 될 것”이라며 “한국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부처를 찾고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연구·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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