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잘못된 공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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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수표로 끝난 6공 「중간평가」·5공 「민주화」·3공 「정치풍토 개선」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공약을 얼마나 실천했을까.
꼼꼼히 챙긴 부분이 있는가 하면 현실의 두터운 벽에 부닥쳐 포기한 경우도 있다. 물론 애당초 현실성없는 「공약」도 적지 않았다.
노태우대통령은 공약을 지키느라 상당히 애를 써왔다.
87년 그가 내걸었던 공약은 통일·외교·안보·경제·지역개발·교육 등 10개분야 3백64건.
이 공약들은 모두 번호가 달린 카드에 적혀 달마다 추진실적이 챙겨져왔다.
그러나 정치분야에서 노 대통령은 어긋난 공약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청와대기능의 축소.
오히려 수석비서관·보좌관자리가 5공때보다 훨씬 늘어났다. 「중간평가」는 결국 건너뛰었고 「공평한 인재등용」은 TK·친인척 위주란 최악의 평판을 얻었다.
노 대통령은 집권후 박철언 당시 안기부장 특보의 국회의원 공천(전국구·13대),동서 금진호 전 상공장관과 처남 김복동 전 육사교장의 14대 지역구공천으로 주변 관리에 엄격하지 못했고 결국 최근 김 의원 납치소동까지 빚었다. 주택 2백만호 건설은 거의 50% 초과달성했다.
그러나 88∼90년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는 등 물가가 불안했고 무역수지 「50억달러 흑자」약속은 간데없고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실명제는 아예 다음 대통령에게 넘겨버렸고,강원표를 겨냥해 내놓았던 동서고속전철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전두환대통령은 직선제를 거치지 않아 특별히 공약을 하지 않았다. 이 점이 인기를 의식하지 않고 일관성있는 경제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른다. 물가안정·수입개방은 국제경쟁시대를 대비한 옳은 정책이었고 추진력도 평가될만 하다.
그러나 물가안정 등 경제업적을 빼고는 많은 실패를 남겼다.
크게봐서 민주·정의사회구현은 객관적 공감을 얻지 못해 5공은 지금도 독재·비리정권으로 비판받고 있다.
전 대통령 정부는 처음엔 개혁정책을 추진했다. 김재익경제수석·강경식재무장관 등 정부내 개혁파들이 기치를 들었으나 민정당과 재계가 반대했다.
은행민영화·산업정책 자율화도 실현되지 못했다. 또 장영자사건과 친인척 비리도 쌓인 사회적 불신조장은 결국 퇴임후 백담사행을 자초했다.
「국보위공약」중 성공한 것은 통금해제 정도다.
71년 마지막 직선을 치른 박정희대통령은 김대중 신민당후보의 강력한 도전에 맞서 경제건설·안보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파격적으로 ▲향토예비군제 폐지 ▲지방자치제 실시 ▲대통령 3선조항 폐지 개헌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71년선거와 72년 10월 유신을 거치면서 『70년대에 안보를 지키고 1백억달러 수출·1인당 1천달러 소득을 이루겠다』고 공약했으며 이 목표를 앞당겨 달성했다.
당시 공화당은 여야협조를 통한 정치풍토 개선을 약속했으나 일방적 유신선포로 이를 어겼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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