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부설 세종연구원은 1995년 '경부운하' 연구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당시 재단 이사장이던 주명건씨는 평소 "독일의 라인강 운하를 보고 감명받았다"는 말을 하며 교수들에게 "한국 실정에 맞는 운하계획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세종연구원은 그해 4월 '신국토 개조 전략'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요지는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500.5km의 내륙운하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한강~금강~영산강(호남운하)을 비롯해 전국 5대 강을 운하로 연결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듬해 말까지 세종대 교수들은 '물류혁명과 국토개조전략'이라는 주제로 각종 논문과 보고서를 냈다. 이상호 교수는 당시 운하의 경제적 효과를 평가하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세종연구원의 제안을 정치무대로 처음 옮겨온 이가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다. 96년 7월 당시 초선 의원이던 이 후보가 대정부질문에서 '경부 운하가 건설되면 물류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대 관계자는 "교수들이 운하 연구를 한 적 있다는 점을 알고 있던 시정연에서 용역 제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정연의 연구용역을 수행한 세 교수 중 이상호.배기형 교수는 이명박 캠프가 5월 말 발표한 '자문교수단' 대운하팀에 포함돼 있다. 두 교수는 캠프 합류 전에도 대운하 관련 각종 토론회에 참석해 "운하 건설의 경제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전 시장이 대선 공약을 위해 용역을 의뢰하라고 지시했다면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 문서를 분석한 뒤 조만간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