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에디터칼럼

누가 MS 독점을 깰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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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MS의 윈도는 컴퓨터 운영체제(OS)의 보통명사가 된 지 오래다. 전 세계 OS시장의 약 90%를 장악한다. 한국 시장 점유율은 거의 100%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다. 윈도는 여느 물건도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걸로 자신과 인터넷 세상을 연결한다. 이런 엄청난 물건을 한 회사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MS의 명성과 이 회사를 이끄는 빌 게이츠 회장의 경영 방식은 늘 찬사의 대상이다. MS는 막대한 이익을 연구개발(R&D) 활동에 재투자함으로써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세계 최고 갑부인 게이츠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부인과 함께 운영하는 자선재단은 한 해 수천억원을 빈국의 교육과 의료환경 개선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회사에 대해 시비를 걸고 싶다. 바로 독점에 관한 것이다. MS가 이런 상황을 굳히는 데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적잖이 기여했다. 2000년 4월 미국 연방지법은 MS에 청천벽력 같은 판결을 내렸다. 반독점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며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두 달 뒤에는 회사를 두 개(OS 분야.소프트웨어 분야)로 쪼개라고 명령했다. MS가 윈도에 자사의 다른 소프트웨어를 끼워 판 것이 불공정 행위라며 연방 법무부와 19개 주 정부가 제기한 소송에 이런 결정이 내려졌던 것이다. 게이츠 회장은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항소했다.

2001년 6월 항소법원은 MS 분할을 명령한 1심 판결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MS가 반독점법을 위반하긴 했으나 그것이 회사분할 명령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 며칠 전 독일 벨트지는 "MS가 분할 명령을 모면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7명의 항소심 판사 가운데 넷이 공화당 소속이고 셋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부시는 2000년 말 유세에서 "법원의 판결이 혁신적인 기업을 망가뜨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MS 분할에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앨 고어 민주당 후보를 이긴 부시는 2001년 2월 취임하면서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MS의 반독점 소송을 주도했던 법무부 반독점국장에 친기업 성향의 변호사 찰스 제임스를 앉혔다. 그때 미국 언론들은 앞으로 반독점 정책에 변화가 예상되며, MS 분할 판결에도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그즈음 항소심 판사들의 정당 분포도 달라져 있었다. 세간에는 정권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뀌면서 재판부의 색깔도 보수로 바뀌었고, 벼랑 끝에 몰렸던 MS의 운명은 되살아났다는 근거 있는 분석이 나돌았다. 보수적인 공화당은 미국 기업 입장을 잘 대변한다. 이 핏빛 싸움터에서 자국 기업에 쓸데없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불구로 만들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MS가 오늘날 난공불락의 성(城)이 된 데는 이런 도움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젠 누군가 이 독점을 깨야 한다. 독점을 방치하는 건 그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수치다. 한국의 뛰어난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힘을 합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글과컴퓨터가 최근 리눅스 기반 OS를 개발해 그런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고 한다. 누구든 최강자를 깨는 순간 새로운 최고수가 된다. 그것은 바로 명예를 쥐고 돈방석에 올라앉는 걸 의미한다. 동시에 지구촌 소비자들에게 경쟁의 혜택을 돌려주는 고귀한 행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