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변수따라 증시도 갈팡질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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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선 앞두고 「정국불안」에 투자심리 위축/현대세무조사·TJ탈당 등 10여차례 출렁
증시의 고비마다 정치가 주가를 좌우하는 현상이 올들어 심해지고 있다.
6백10선에서 출발했던 올해 종합주가지수는 9일 현재 6백20선으로 연초에 비해 거의 제자리 걸음에 그친 상태다.
그러나 주가는 지난 2월에는 한때 6백90선을 넘어섰다가 8월에는 4백50대까지 내려가는 등 10여차례에 걸쳐 크게 출렁거렸고 그때마다 거의 예외없이 정치적 변수가 작용했다.<그림참조>
물론 주가변동을 정치상황만으로 설명하는데는 무리가 있고,또 실제로 경기침체·금리하락 등 경제적 요인들과 함께 외국인 투자허용,8·24증시부양책 등 증시내적 요인들도 주가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총선과 대선이 겹친 올해에는 과거 어느해보다도 정치적 사건이 많았고 그때마다 곧바로 주가에 반영돼 흐름을 돌려놓았다.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달의 주가도 선거를 앞둔 금권선거공방 파문에서 비롯됐다. 지난달말 6백63까지 올랐던 주가는 정치권인사들의 움직임을 둘러싼 악재성 풍문들이 잇따라 나온데다 현대그룹의 국민당지원에 대한 당국의 전면수사 등으로 정국이 경색되면서 이달들어 9일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계속 떨어져 40포인트 이상 빠졌다.
증시내적으로는 오히려 연말배당을 겨냥한 투자,금융산업개편에 대한 기대감,기관들의 매수우위 원칙유지 등 호재가 많으나 불안한 정국으로 인해 위축된 투자심리를 돌려놓지 못하고 있다.
없었던 일이 돼버린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의 대통령출마 파문도 증시에 직격탄이 됐었다. 지난 8월4일의 출마설은 주가를 이틀동안 15.3포인트 끌어내렸고 10월24일 출마설이 다시 나오면서 하룻동안 주가가 13.48포인트나 떨어졌었으나 며칠뒤 김 회장이 불출마선언을 하자 20포인트이상 폭등했다.
이밖에 굵직굵직한 사안만 꼽아도 ▲국민당 창당 및 현대그룹 세무조사(2월) ▲총선(3월) ▲이종찬의원 경선거부(5월) ▲정보사 땅사기(7월) ▲노태우대통령 민자당탈당선언(9월) ▲박태준의원 민자당 최고위원직 사퇴·탈당선언(10월) 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대선을 앞둔 11월 이후는 정치권 루머가 주가를 들었다 놓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대그룹에 대한 세무조사,3·24총선에 따른 정국불안감 등은 2월초 외국인 투자개방에 힘입어 연중 최고치까지 올랐던 주가를 두달사이 1백포인트이상 끌어내렸고 노 대통령 탈당선언은 당일 주가를 19포인트,박 의원 탈당선언은 10포인트나 각각 떨어뜨리는 등 정치는 증시에 거의 악재로 작용해왔다.
일반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특히 예측불가능한 정치권의 움직임 때문에 주가하락의 피해를 본 셈으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요즘처럼 투자자들이 불안을 안고 있는 때도 드물다.
언제,어디서 돌발적인 악재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증시 관계자들은 이래서 『최대의 증시부양책은 정치를 잘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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