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동정표 호소한 국민당 유세/오병상 특별취재반(대선교차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연히도 9일과 10일 2김 1정 후보는 각각 연고지인 부산·광주·강원도에서 유세를 벌였다.
그런데 우려했던 지역감정 조장발언은 지금까지 지역감정의 상징처럼 지목돼왔던 양김씨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역감정 청산」을 부르짖는 정주영국민당후보의 유세에서 터져나왔다.
정 후보 자신은 직접 비난받을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았다. 대신 찬조연사들이 앞다투어 「강원도의 자존심」과 「감자바위의 명예」를 부르짖었다.
9일 첫 유세지인 삼척에서 첫 연사인 손승덕의원(춘천)은 『우리도 출신 정주영후보를 당선시켜 강원도민의 기백을 꼭 살리자』고 첫마디를 연뒤 『경상도 치하에서 푸대접과 업신여김을 받아…』라고 했다. 그래놓고는 『지역감정을 일으키자는게 아니다』고 한발 빼는듯 하더니 다시 『우리 목소리,우리 밥그릇을 찾고 강원도민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라고 본색을 드러냈다.
정주일의원은 최규하 전대통령까지 끌어들였다. 『강원도에서도 대통령이 나온 적은 있다. 그러나 그분은 굴러들어온 복을 찼다. 광팔고 뒤에 앉아 「오동먹어」「비먹어」하다 끝났다』고 비유했다. 코미디언 이주일의 재담일수는 있어도 「정 의원님」의 대선유세발언 치고는 곤란한듯 했다. 이어 『감자바위의 한을 풀자』『감자바위가 아니라 금바위가 되자』는 호소를 마친뒤 아예 정 후보를 『14대 대통령』이라고 소개했다.
강릉유세에서 김진환지구당위원장은 한술 더했다. 『해방후 45년만에 첫 강원도 출신 후보』라며 『국민당도 강원도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도 『강원도라고 찍어달라는게 아니다』고 형식적 사족을 단뒤 『우리만 불이익 당해왔다. 우리도 오기와 자존심이 있다. 이번에 우리가 썩은 감자가 아니라 뜨거운 감자가 되어 맛을 보여주자』는 궐기성 발언을 곁들였다. 대통령선거 유세장이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는 광역단체장 선거유세장에 온듯했다. 이같은 지역감정론이 이번 대선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화합의 출제가 아니라 분열의 상쟁이 될게 뻔하다.
정 후보는 양김을 비판할때 『좁은 땅을 동서로 나눈 속좁은 사람들』이란 표현을 즐겨써왔다. 비록 후보 자신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해도 이같은 찬조연설은 결국 표로 심판받을 당사자인 후보를 「속좁은 사람」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다.<강릉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