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규제땐 문닫을수도…”/당국조사에 역공나선 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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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직원 2천여명 “공명”촉구/국세청·금융계 불똥 튈듯
정부와 현대그룹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아 파란이 커질 전망이다.
대선전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국민당 선거지원과 관련,공권력으로부터 집중적인 화살을 맞아온 현대그룹이 5일부터 역공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세청·금융계에도 불똥이 확산되고 있고 재계 역시 불안한 표정이다.
○사장단 긴급대책회의
○…현대그룹은 5일 새벽 「현대자금 3백30억원의 국민당 유출 폭로」라는 최대의 악재를 만나자 오전 10시 계열사 사장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세영회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대응.
현대는 더 이상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한듯 이 회의에서 「공명선거를 저해하는 편파수사」에 항의하기 위한 공명선거촉구 결의대회를 갖기로 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정 회장 직접 정부 비난
○…서울 계동 현대 본사 앞에서 열린 대회에서 정 회장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평소 성격과 달리 격앙된 말투로 30분에 걸쳐 정부처사를 비판,현대그룹 임직원들의 최근사태를 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2천명 가까운 참석 직원들은 정 회장의 강한 발언이 나올 때마다 박수와 함께 환호했는데 정 회장은 『현대를 범죄집단으로 오도하고 있다』『정부가 계속 정상적 기업활동을 못하게 한다면 현대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강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정부를 비난.
현대의 이같은 태도는 공권력이 민자당의 탈법행위에는 관대하고 국민당 및 현대의 활동에는 득달같다는 피해의식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현대의 이날 행동은 정부를 더 자극할 것이 분명해 앞으로가 주목되고 있다.
○피신 임직원 30여명
○…현대 계열사들은 많은 직원들이 일과중에도 선거지원에 매달리고 최근 며칠새는 경찰의 수배로 피신한 임직원만도 30여명에 이르는데다 출두명령이 잇따라 기업활동이 거의 마비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특별세무조사도 가능
○…작년말 1천3백여억원이라는 전례없는 추징세금을 물려 현대를 곤경에 빠뜨리는데 「1등공신」역할을 한 국세청은 이번 사건에 아직은 앞장서기를 가급적 꺼리는 인상.
박경상조사국장은 5일 오후 기자들에게 『이번 조사는 현대계열사 돈이 국민당 지원에 쓰였는지 여부,즉 선거법 위반혐의를 가리는데 우선 목적이 있으며 탈세조사는 그 다음 문제』라며 국세청 조사반 투입도 경찰수사의 「보조역」임을 강조.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세청이 정치탄압에 관계한다는 오해를 덮어쓰기 싫다는 뜻이겠지만 여론이 현대그룹측에 더욱 비판적으로 돌면 특별세무조사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높다』고 추측.
○감독원선 특검반 파견
○…은행감독원은 현대중공업이 국민당에 선거자금을 유출했다는 여직원의 폭로가 나오자 이 자금이 드나든 신한은행 종로지점과 한미은행에 20여명의 특검반을 파견,상업은행 명동지점 사건에 이어 동분서주.
이와 함께 현대그룹의 주거래 은행인 외환은을 비롯해 비자금이 드나들었다는 한미·한일은행 등도 자체조사반을 편성,폭로내용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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