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자금 운영" 여상 출신 이사|의류 수출업체「선」관리 이사 38세 김영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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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고 경영자를 꿈꾸며 삽니다. 또 앞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교육사업을 하고 싶은데 가능할지는 미지수예요.』 여상고 출신으로 최근 한 중견 수출의류업체의 관리담당이사가 된 김영란씨(38).
1백56㎝, 44㎏의 가녀린 몸매에 순박하고 여린 표정이 한 회사의 생명줄인 자금을 담당하는 관리자와는 거리가 있는 듯한 모습을 한 그는 그러나 『어느 남성보다 탁월한 능력과 리더십으로 후배를 포함한 전직원의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 주위의 전언.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경기도 김포군에 위치한 주식회사 선. 미국과 캐나다의 고급백화점에 중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의류를 주문자 상표생산으로 연 1천6백만여달러 어치(약50만장)수출하는 이 회사는 전직원이 1백30여명으로 80%가 여성.
많은 제조업체들이 여성인력이 대부분이면서도 여성관리자의 출현을 지극치 꺼려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회사가 자금·대 은행관계·회계·각부서 업무점검 등의 중요한 일을 그에게 맡긴 것은 사장인 정병세씨가 『기업주로서 많은 남녀직원을 고용해 일해본 결과 결과적으로 여성이 성실·근면·정직해야 하는 관리자의 덕목을 보다 많이 갖추고 있다고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
정 사장은 『평소 여성 5명중 한명꼴로 관리자가 될 자질을 갖추었음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74년 인천여상을 졸업한 김씨가 이 회사에 입사한 것은 11년전. 졸업 후 벽산금속 등에 잠시 몸을 담기도 했는데 해온 일은 처음부터 경리일이었다.
김씨는 스스로 자신을 『지식과 경험의 전문성을 살려한 길에 매진해 온 전문인』이라고 표현한다.
『바쁘게 일하다 보니 결혼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그는 휴일이면 자주 바뀌는 세법에 대한 공부와 국제화 시대의 경영자가 갖추어야할 기본이라 생각되는 외국어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스스로 『항상 긴장하고 노력하며 업무에 대해 맺고 끊음이 분명한 것이 강점』이라고 말하는 그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길만이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했다.
부평에서 어머니·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연봉 4천만원 정도를 받는 가장이기도 하다.<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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