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차단 철저할수록 좋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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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권선거를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마침내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잡고 현대그룹 계열사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를 펴고 있을 뿐 아니라 현대자금의 국민당 유출혐의에 대한 세무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또 선거판에 기업자금이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전금융기관에 대한 은행감독원의 특별검사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금권의 차단없는 공명선거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중립정부의 이같은 노력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대선이 중반전에 들어가면서부터 전국 곳곳에서 매수·금품제공·불법유인물·불법전화선거운동 등이 잇따라 적발되고,특히 국민당의 현대를 동원한 선거운동이 큰 쟁점으로 등장했다. 우리가 이미 여러차례 지적했지만 기업을 선거에 동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당측은 정부의 탄압이라고 주장하지만 현대계열사에 담당지역을 할당하고 중역은 1백명,부·차장은 70명하는 식으로 사원들에게 직급별로 당원포섭을 할당하며,기업자금으로 개인택시운전자 수천명을 선심관광시킨 일들이 어떻게 법이나 상식에 맞는 일인가.
당국의 현대에 대한 수사와 세무조사는 국민당이 자초한 일로서 이미 보도된대로 수많은 증거가 드러난 이상 법의 제재는 불가피하다. 아직 진부여부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5일 새벽에 있은 현대중공업 여사원의 양심선언을 보면 국민당의 선거자금도 현대로부터 나왔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한다.
그렇다면 국민당의 선거운동은 조직·인력·자금 등 거의 모든 것을 현대가 담당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게 되는데 이것은 정경유착을 넘어 정경일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은 당장 선거법위반이요,기업의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도외시한 것이며 대통령후보로서의 도덕성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사례다. 이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면 국민당이 어떻게 언필칭 깨끗한 정치니,경제대통령이니 하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 수 있단 말인가. 경제를 알고 기업을 아끼는 사람이라면 기업의 인력­자금을 선거운동에 동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현대에 대한 당국의 수사·조사를 두고 정치탄압이라고 하는 주장이 나오지만 현재로서는 그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탄압이라고 볼만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몰라도 우리는 공명선거를 기어코 한번 해보자는 중립내각으로서는 내버려 둘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민당뿐 아니라 다른 당에 대해서도 기업자금이 유입되거나 불법적인 금품공세 등 금권선거를 할 경우 가차없이 단속·처벌해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 민자당에서도 시계를 대량 제작하고 조직적인 불법 전화선거운동을 하며 행사 참석자에게 3만원씩을 줬다는 등의 불법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정말 중립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런 민자당쪽의 불법사례도 철저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본다.
대선도 곧 종반전에 들어간다. 각 후보진영마다 필사적인 선거운동을 벌일 것이고 그에 따라 정부와의 마찰도 커질 것이다. 우리는 금권을 차단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주시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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