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은 일은 끝내야 직성 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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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MBC-TV의 새 퀴즈프로『도전! 퀴즈특급』의 공동진행을 맡은 MC허수경(24)은 요즘 책을 안본다. 체질적으로 공부를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다. 『무엇이든 손에 잡은 일은 바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브레이크 장치가 약한」성격 때문』이란다.
책을 안보는 이유와 이런 성격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한번 책을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계속 봐야 돼요. 밤을 새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예요.』
전체가 아니면 차라리 무를 원한다는 그녀. 대학 때는 장편소설을 읽으며 날밤을 새우는 게 큰 낙이었지만 방송 일을 시작하고부터는 일에 지장이 많아 아예 책을 끊었다고.
이렇게 아무 일에나 쉽게 잘빠지고 성취욕구가 강하며 직선적인 표현을 좋아하는 그녀가 어떻게 친근함과 균형감각을 갖춰야하고 완곡어법에 능해야 하는 MC가 될 생각을 했을까.
그녀는 이런 아이러니를 『모든 일은 책임감과 성취욕구가 있으면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소신』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화여대 체육과 4학년이던 89년 김연주·강연희와 함께 MBC전문 MC공채 1기로 입사한 그녀는 일에 대한 평소의 소신에 걸맞게 저돌적으로 방송활동을 해왔다. 『아침을 달린다』『정보데이트』『경제산책』등의 프로에서 리포터로 활약하면서 구성 대본 없이 직접 취재하고 문안을 작성하며 리포팅까지 혼자 하는 일의 「양」에 반했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엔 그냥 넘기던 신문의 경제면을 일일이 체크하는 등 『유난히 부지런을 떨었다』며 웃는다.
사실 이런 왕성한 그녀의 의욕에 비해 그녀가 입사 3년만에 『도전! 퀴즈특급』에서 처음으로 본격 진행자를 맡은 것은 그동안 「운」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는 느낌을 준다.
이점에 대해 그녀 자신은 『리포터보다 진행자가 스폿라이트를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히 시선이 많이 머무르는 자리에 서고 싶다는 「연예인 의식」은 별로 없다』면서 『리포터건 진행자건 그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 이외에는 다른 생각을 별로 해본 적이 없다』고 담담하게 말한다.<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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