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은행 돈 빌리기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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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내년에는 가계에 대한 은행 문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은행마다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릴 방침인 데다, 인터넷.폰뱅킹 대출 요건도 크게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담보인정비율이 줄어든 주택담보대출도 계속 빡빡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가계별로 자금수요를 면밀하게 세운 뒤 은행 대출을 최소한으로 줄이지 않으면 자금을 운용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줄어드는 가계대출=한국은행이 최근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내년 대출 전망을 조사한 결과 소비 위축과 과중한 가계빚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은행들은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은은 내년 은행권이 새로 내줄 가계대출 금액은 올해(31조원)보다 크게 줄어든 20조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가계대출은 11월말까지 28조5천억원이 증가했고 연말까지는 31조원이 늘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내년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줄어든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신규 대출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 관계자는 "시중은행들마다 그동안 대출세일을 위해 지점장들에게 부여했던 전결권을 본점으로 회수하거나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경쟁적으로 지급했던 대출 주선 사례비도 폐지하는 등 가계대출을 줄여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1년부터 3년간 가계대출을 1백37조원이나 늘린 은행들이 가계부문의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서둘러 가계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고 내년에는 우량 중소.중견 제조업체에 대한 대출을 늘릴 계획이다.

◇인터넷.폰뱅킹 대출도 빡빡=인터넷 .폰뱅킹 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은행들도 잇따르고 있다. 은행들은 대출을 알선해 주겠다며 인터넷 뱅킹 등에 가입시킨 뒤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대출금을 가로채 달아나는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개인들의 무문별한 대출을 막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국민은행은 인터넷.폰뱅킹을 이용한 예.적금 대출시 지금까지는 인터넷 뱅킹에 가입한 당일부터 대출을 해줬으나 앞으로는 가입 후 사흘이 지나야 대출을 허용해주기로 규정을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한달 이상 입금계좌를 유지한 고객에게만 인터넷.폰뱅킹 대출을 허용하고, 하나은행은 창구에서 본인 확인을 거쳐야 인터넷 대출을 해준다.

조흥은행은 고객 휴대전화를 통해 확인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보안카드를 수시로 교체토록 하는 등 대출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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