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로 기록 모스크바에 있다/러,「빈 블랙박스」해명/김영삼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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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8일 5자회의에 인도할 것/정부,미·일·러 등과 공동조사 긍정검토
【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러시아는 대한항공 007기 블랙박스 자료의 원본과 비행항적기록장치(FDR)자료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제출하기 위해 현재 모스크바에 보관하고 있으며 지난번 한국에 전달한 자료는 FDR가 빠진 해체된 블랙박스와 음성기록장치(CVR)의 복사본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리 페트로프러시아대통령실 행정실장은 1일 홍순영 주러시아대사에게 러시아측이 한국에 사고기 블랙박스 자료의 원본과 FDR자료를 전달하지 않은 것은 이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관계기사 3면>
페트로프실장은 또 FDR 등 모든 관련자료들을 오는 8,9일 양일간 모스크바에서 한국·미국·일본·러시아 등 4개 당사국과 ICAO가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인 다자간 회의에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트로프실장은 『어쨌든 전달과정에서 한국정부와 국민에게 오해를 유발케 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러시아측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홍 대사는 『우리 국민이 실망하지 않도록 제1당사국인 한국에 우선 모든 관련자료를 넘겨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페트로프실장은 이번 사건으로 옐친대통령의 KAL기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순수한 노력이 오해받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일 의견타진”
정부는 블랙박스 문제에 관해 러시아측이 제의한 다자전문가위원회에 의한 공동조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일 알려졌다.
노창훈외무부차관은 이날 『일단 미국과 일본측의 입장을 확인해본 뒤 미 일도 환영한다면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 차관은 『한국은 항적기록장치(FDR)에 대한 판독능력도 없어 우리가 인수하더라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었다』며 『관계국에 대한 의사타진이 끝나면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통해 최종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차관은 그러나 러시아측은 오는 8일부터 모스크바에서 다자위원회를 열자고 했지만 공정한 조사를 위해 조사장소를 ICAO가 있는 몬트리올 등 제3의 장소로 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며 조사 시작도 관련국들의 준비가 끝나야 하므로 러시아측 제의보다 다소 늦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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