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첫 여성 경제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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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니콜라 사르코지(52) 프랑스 대통령이 내각에 또 깜짝 인물을 내세웠다. 주인공은 크리스틴 라가르드(51.사진) 경제장관이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물론 G7(주요 선진 7개국) 국가 가운데 첫 번째 여성 경제장관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라가르드는 경제장관직을 맡고 있던 장 루이 보를루가 최근 선거 결과에 책임지고 사퇴한 알랭 쥐페의 자리(환경장관)로 옮기면서 경제장관직을 맡게 됐다. 지난달 사르코지의 조각 때는 농림장관에 임명된 바 있다.

그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첫 여성 경제장관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 법률회사의 대표를 역임했다는 점과 프랑스와는 판이한 미국식 노사관계에 익숙한 경제통이라는 점에서다.

노동법을 전공한 그는 1981년 미국의 법률회사 베이커&매켄지의 파리 지사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에서 오랫동안 노동 관련 변호사 생활을 했고 로펌 대표직까지 맡았다. 미국 로펌 대표를 맡은 첫 번째 프랑스 여성 변호사이기도 하다. 그는 2005년 도미니크 드 빌팽 정부의 통상장관에 임명되면서 파리로 돌아왔다.

그는 통상장관에 임명된 직후 프랑스의 노동법은 지나치게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고용을 막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노동계로부터 반발을 샀다.

라가르드의 경제장관 발탁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경제 관련 개혁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영미식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구상하고 있는 사르코지는 라가르드에게 경제 개혁을 일임할 것이라고 프랑스 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노동법 전문가인 그의 등장으로 주 35시간 근로제 및 사실상의 종신고용 폐지 등 노사 관계에서 대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그의 임명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르코지가 그를 신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대외 협상에 능하고 업무 처리 스타일이 시원시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임명 직후 한 기자가 "장 루이 보를루의 빈 자리를 임시로 채운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말하자 가볍게 웃으며 "땜질용인지 아닌지는 내가 일하는 걸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어린 시절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 생활도 했으며 프랑스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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