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3당 신경전/대선유세 중반… 상대후보 “흠집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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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간첩단 사건·현대 선거전 개입 공격 민자/TV토론 시비·가짜CD 해명 요구 민주/YS사조직 고발·박태준 외압설 유포 국민
대통령선거운동이 중반전으로 접어들면서 민자·민주·국민당 등 3당의 심리·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3당은 각각 자당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유언비어조차도 가리지 않고 마구 퍼뜨려 상대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또 특정사안이나 공약에 대해서는 끈질기게 시비를 걸어 반사이득을 꾀하고 있다.
특히 국민당은 박태준 전 민자당 최고위원 및 민자당 중진의원의 입당설에 재계와의 연합설 등을 퍼뜨려 정주영후보의 부상을 노리는 등 심리전술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고 있다. 이에 민자당은 국민당 금권선거운동 고발전을 개시하고 대변인 등을 통해 연일 대국민당 포문을 여는 등 응전이 만만치 않다.
민자대 민주당은 남한조선노동당 간첩사건,민주당과 재야운동권조직인 전국연합의 연대합의,TV토론문제 등을 놓고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가짜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사건,TV연설일정 변경문제와 관련해서는 민주·국민당이 공동전선으로 민자당을 협공하고 있다.
우선 요즘들어 가장 심리·신경전이 치열한 쪽은 민자·국민당이다. 최근 김복동의원 입당으로 사기가 올라간 국민당은 『박태준의원은 이미 우리 편이며 또다른 민자당 중진의원이 곧 들어올 것』(김동길선거대책위원장)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정 후보는 27일 대구유세에서 『김영삼씨가 박 의원의 국민당 입당 저지를 위해 귀국못하도록 조치했다』는 외압설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민자당은 국민당의 정호용의원 입당설 주장이 터무니 없었음을 강조,『더이상 혹세무민하지 말라』(이원종부대변인)고 일축하면서도 집안단속에 신경쓰고 국민당은 민주당의 K의원(광주출신)도 올것이라는 등 온갖설을 앞뒤 안가리고 퍼뜨린다.
국민당은 또 정 후보가 앙숙관계인 김우중대우그룹회장과 만나 연대를 약속한듯이 흘려 「김우중홍역」을 앓았던 민자당을 건드리고 있다. 이밖에 『선거일이 임박하면 정 후보가 개인재산 3조원을 털어 농어촌 부채탕감 및 중소기업 지원에 쓸 것을 공약할 것』이라는 설을 암시하고 있다.
국민당의 이같은 공세에 대해 민자당도 물러서지 않고 반격하는 태세다. 민자당은 26일 『현대자동차 광고물이 정 후보의 선거홍보물을 도용,사실상 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검찰에 고발하는 등 이날부터 거의 하루 1건주의로 국민당을 고발하고 있다. 특히 현대 28개 계열사 노조위원장들이 직원의 선거운동 이용을 항의한 사실을 중시,정 후보의 부도덕성을 공격했다.
그러나 국민당은 27일 한술 더떠 김영삼민자당후보의 부인 손명순여사와 손 여사의 사조직인 무궁화회를 서울경찰청에 고발하는 등 민자당을 자극하는 온갖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국민당의 수법은 워낙 정교하고 지능적이어서 『정치인보다는 장사꾼이 더 악랄하다』는 말이 민자당에서 나오고 있다.
김대중민주당후보에 대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서신,김영삼후보의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환담과 관련해 각각 『사대주의』 시비를 벌였던 민자·민주당도 서로의 앙금을 털지않고 계속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민자당은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DJ의 사상성 문제를 부각시키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 YS는 유세때마다 빼놓지 않고 『모친이 고정간첩에게 살해됐다. 다시는 이처럼 불행한 제2의 김영삼이 나와서는 안된다』고 역설하고있다. 찬조연사들은 보좌관의 간첩행위로 인해 총리직을 사임한 빌리 브란트 전 독일총리를 예로 들며 『김대중씨는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공세를 가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김대중후보가 유세에서 직접 『나의 반공은 「이기는 반공」이지만 분열·부정부패를 일삼아온 민자당의 반공은 「지는 반공」에 불과하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민주당은 반면 대통령후보 TV토론 문제를 무기로 민자당에 집중 공세를 펴고 있다. YS를 「토론기피증 환자」라고 비난해온 민주당은 27일 마침내 『재산만 공개할 것이 아니라 머리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까지 발표했다.
이밖에 김대중후보는 지난 23일 민자당측으로부터 『절뚝발이』라는 인신비방을 받은 직후 곧바로 장애인 재활원을 찾는 순발력을 발휘,4백만 장애인 표밭을 일구는 역심리전을 펴기도 했다.
민자당을 대상으로한 민주·국민당의 합동공세도 볼만하다. 두당은 가짜 CD사건의 파문이 확산되자 『불법유통된 돈이 정치자금화해 민자당으로 들어갔다. 국회를 열어 조사하자』고 선공을 취했는데 민자당은 대신증권과 김대중후보간의 관계를 들어 덮어씌우기라고 역공하고 있다. 양당은 또 TV연설 일정 조정과 관련해 『불공정 행위』라며 민자당을 맹공했다.
이처럼 「차로 치고 포로 막는」 3당간의 심리·신경전은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다다를 경우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어서 자칫 국민이 염원하는 공명선거는 큰 상처를 입을 우려가 있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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