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는 옛말… 각박함이…”/공무원 술자리 증인(?) 조숙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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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상관기분 맞춰주는 부하 없어져
『공무원들의 술자리도 많이 달라졌어요. 풍류는 옛말이고 어떤땐 각박함마저 느껴져요.』
일본대사관옆에 있는 한정식집 「중원」마담 조숙경씨(43)는 20년동안 주로 공무원들을 상대로 이 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사람이다. 이 집은 관청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공무원들이 주고객이다. 과거 치안본부와 재무부·경제기획원이 인접해 있었고 지금도 종합청사뿐 아니라 국세청·문화부·청와대 등이 가까이 있어 간부직원들이 많이 찾는다.
『제가 어렸던 시절,그러니까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공무원들의 술자리는 호기가 가득 넘쳤었어요. 내일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오늘은 마신다는 식으로 술판을 만들었고 부하직원들은 상관모시느라 온갖 정성을 다했지요. 하지만 세상사는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공무원들도 변해 요즈음은 저녁먹으면서 간단히 한잔하는 식이 대부분이죠. 보통 국장급이상의 간부들이 부하직원을 위해 베푸는 자리가 많아요. 부하직원들이 상급자 기분맞춰주는 것도 보기 힘들고요.』
우선 자기몸부터 챙기고 대화도 사무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윗분 보기가 측은해진다는 조씨는 이제 술장사라기보다 밥장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라고 말했다.
『「오늘은 영양보충좀 하러 왔습니다」라며 낯선 스폰서를 모시고 오는 경우도 많이 줄었어요. 또 국장이 내는 자리 아니면 과거처럼 계장이나 과장들이 출입하는 일도 거의 없고요. 그만큼 변화된 공직사회의 풍토가 반영된 것이겠죠.』
손님과 대화,음주행태 등에서 느낀 점 등을 일기에 적는 특이한 습관이 있어 지난 20년동안의 공직사회가 그대로 담겨진 조씨의 일기장은 술자리에서 종종 공무원들의 애를 태우는 화젯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속에는 몇해전 손님들의 공격(?)을 받고 만취돼 병원응급실로 실려갔던 일 등 한정식집 마담의 애환도 담겨있어 언젠가는 간추려 공개하고 싶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이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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