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캐롤라인 송|미 은반「황색돌풍」|"미 여자피겨 주니어 요정은 한인 2세"|세계J선수권 출전 첫 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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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주니어 부의 크리스티 야마구치(일본계로 알베르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함께 주니어 부에서「황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캐를라인 송 양이 재미교포임이 뒤늦게 알려졌다. 화제의 주인공인 한국인 이민2세 캐롤라인 송 양(15·LA세리토스고교1년)은 지난1월 플로리다주 올랜드에서 벌어진 92미국 주니어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펼치며 백인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같은 사실은 송 양이 오는12월1일부터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지는 93세계주니어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 미국대표로 출전키 위해 내한함으로써 밝혀진 것이다.
현재 송 양은 지난75년 미국으로 이민간 아버지 송정련(43·슈퍼마킷 경영)씨와 어머니 박정숙(41)씨와 함께 내한, 대회숙소인 스위스 그랜드호텔에 머물면서 훈련을 벌이고 있다.
한국 빙상 계는 백인들의 텃세가 심한 미국 피겨스케이팅 계에서 송 양이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고 있어 앞으로 송 양을 돕는 방향을 논의하는 등 흥분해 있다.
송 양이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것은 로스앤젤레스 세리토스 국교2년 때인 지난 85년. 어머니 박씨가 너무 심심해하는 딸을 데리고 시내 링크에 데리고 다닌 게 계기가 됐다. 당시 레슨교사는 미국인 머린 코치(여).
박씨에 따르면 머린 코치에게 딸을 맡긴지 l주일만에 머린 코치로부터『딸을 전문선수로 키워 보지 않겠느냐』는 권유의 전화가 왔다.
머린 코치는『재질로 보아 틀림없이 올림픽 메달 감이다』며 되레 송씨 부부에게 끈질긴 제의를 했다. 송씨 부부가 딸의 교육문제를 이유로 반대했으나 끝내 두 달 만에 굴복, 1주일에 20분간만 맡긴다는 조건으로 허용했다.
머린 코치의 전문조련에 힘입어 송 양은 기량이 일취월장, 곧바로 초심자답지 않게 점프동작을 구사하는가 하면 국교4년 때 출전한 지역대회에서는 우승트로피를 갖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무렵 머린 코치는『더 이상 가르칠게 없다』며 후임에 남자코치인 구리스씨를 소개했고 송 양은 6개월 후에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 준 독일계 도리안 코치(여)를 만나게 된다.
송 양은 세리토스중학에 들어가서는 중서부 17개 주가 참가한 퍼시픽코스트대회(89년)에서 2위를 해 인정을 받기 시작한 후 지난 90년에는 전국주니어 4위, 그리고 지난 1월에는 마침내 주니어 챔피언에 오르는 논스톱 질주를 해 왔다.
이제 미국에서는 1m50cm의 꼬마요정인 캐롤라인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이번 서울대회에도 미국피겨연맹(USFSA)이 경비일체를 지원해 참가했다.
송양의 특기는 고무공 같은 탄력을 이용한 고공 점프와 잇따라 터져 나오는 고난도의 각종트리플 점프.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리틀 미도리 이토』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
송양이 미국주니어 챔피언에 오르자 LA타임스에서는 인터뷰기사에서『캐롤라인의 점프는 매우 깨끗해 학이 나는 것 같다. 연기 또한 공세적(어그레시브)이어서 청량 감 마저 준다』고 찬탄했다.
송 양은 지난9월 한국대표출신으로 규정종목 권위자인 윤효진씨(34·76년 인스브루크 올림픽 한국대표)를 새 코치로 맞이하는 한편 발레 및 안무조치를 별도로 맞아들여 세계무대의 정상도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94년 릴리하머 겨울올림픽에서는 색깔이 문제지 꼭 메달은 딸 것입니다.』이번 대회 미국단장인 폴라 노톤씨의 말이다.
특히 송 양은 미국에서 태어났으면서도 부모의 철저한 교육으로 한국말을 의사소통에 불편 없이 잘하고 있다. 또 송 양의 오빠 리처필드 송(17·던힐고 2년)도 아이스하키와 수구선수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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