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와 손잡은 재야 진보세력/당내 일부선 중산층 감표우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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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전국연합」제휴의 의미
87년 갈라졌던 재야 진보의 중심세력이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과 정책연합기로 합의함으로써 김대중후보 단일지지를 택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약칭 전국연합)이 지난 10월 「범민주 단일후보」를 대선전략으로 채택한뒤 김원기최고위원 등 협상팀 8명을 내세워 재야측과 절충 끝에 최근 이들의 김 후보 지지를 최종적으로 이끌어냈다.
민주당은 그러나 재야진보세력의 이같은 지지가 「뉴DJ」와 「대화합」을 근간으로 한 당의 정책방향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태도여서 묘한 여운을 던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단지 당내 개혁세력(이해찬·박계동·신계륜의원 등)이 만들어낸 민주당 전체 대선전략의 일부임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같은 근거로 전국연합의 주장과 당의 1백대 공약에서 거의 대부분 정책합의를 보았으나 전국연합이 요구해온 ▲국가보안법 전면폐지 ▲안기부폐지 ▲주한미군철수 ▲독점재벌해체 ▲공무원 노동3권 보장 등은 당공약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합의하지 않은 점을 내세우고 있다.
김원기최고위원은 『당초 재야진보단체 가운데 온건그룹쪽에서 대선과 관련,정책상의 이견조정을 공개제의해 왔다』며 『이들이 독자정당을 만든 강경그룹과 결별한 세력임을 강조했다. 또 단순히 그들과 정책연합을 한데 불과하다』고 그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김대중후보 또한 『그쪽에서 우리를 지지한 것이며 그들을 제도권으로 유입함으로써 정치적·사회적 안정을 기하려는 것』이라고 대선전략의 일부분임을 강조했다고 박지원부대변인이 전했다.
민주당은 재야진보세력의 김대중후보 지지를 끌어냄으로써 20,30대 진보성향의 표를 굳히고 민주화 투쟁의 정통야권 이미지를 높이는데 활용하려 하고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전민련·전노협·전농·전교조·전대협·전빈련 등 재야의 보다 과격한 세력들이 망라된 전국연합과의 제휴가 중산층 보수성향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대중후보가 이번 대선을 위해 유연하고 온건한 노선의 뉴DJ 노선을 채택하고 대화합을 표방해 온건한 중산층으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받고 있다고 판단하는 마당에 이처럼 우리 사회의 가장 급진적인 세력과 연대하는데 따른 이해득실을 저울질 하고 있는 셈이다.
한 보수파 중진은 『산토끼 잡으려다 겨우 가두어둔 집토끼도 놓칠까 걱정이 된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특히 민족해방론을 표방하며 주사파적 시각도 없지 않은 전대협이나 전교조·전농 등과의 연대는 그들 세력을 끌어들이는데는 효과가 크겠지만 온건 청년층과 일반 학부모,온건한 기존 노조세력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어 득보다 실이 클지 모른다는 보수파의 거부정서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이 당초 계획했던 전국연합과의 공동기자회견 등 일체의 행사를 취소,전국연합쪽에서 제의해온 선거운동 지원을 현행 선거법상 사회단체는 운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거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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