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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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
내가 어렸을 때 읽은
소설『대춘부』하권을
며칠 전 고 서점에서 사 왔다
「봄을 기다리는 노래」라고?
지금도 그때 병자년 겨울의
남한산성이 머리 속에 생생하다
나라는 오랑캐들의 사냥터가 되고 있는데
주화파가 옳으냐
척화파가 옳으냐
임금은 하늘을 쳐다보지만
하늘도 그 대답은 하지 못한다.
2
다시 겨울이 온다
낮이 길던 일장산은 가고
밤이 긴 야장 산이 오는 것이냐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온다 한들
저 오랑캐 땅에 풀씨로 떨어진
삼학사의 원통한 눈물이
꽃으로 필 날이야 있겠느냐
천번 만번 무릎꿇고 사는
내가 부끄럽구나
허리 굽히는 환관들뿐이구나
주화파도 척화파도 옳다는 것 헛말
아무래도 남한산의 솔빛은
현절사가 있어 더 푸른 것이거니.
※일장산·야장산은 남한산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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