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익씨 등 중견 4인 세 번째 동인시집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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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시의 정도는 정신에 있다」며 정신주의 시를 내세우는 중견시인 4명이 동인시집을 펴냈다. 시인이자 한 학자였던 김달진(1907∼1990년)을 중심으로『샘물 속에 바다가』『시간의 샘물』을 펴냈던 이수익·이성선·조정권·최동호씨는 최근 세 번째 동인시집『지상에는 진눈깨비 노래가』(민음사간)를 펴냈다.
63년 서울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우울한 샹송』등 시집 4권을 펴낸 이수익씨는 시작노트에서『비록 치열한 갈등과 대립을 느낄지라도 그것과 정면으로 부딪치고 싸워 분쇄하기보다는 피 흘리는 아픔을 극기하는 내면적 금욕 성을 보인다거나 조용한 비애의 정서로 감싸안는 모습이 바로「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며 시다』고 밝히고 있다. 설악산 아래 속초에서만 살며 『새벽꽃향기』등 5권의 시집을 펴낸 이성선씨는『우주는 지금 아프다. 이 작은 별 속의 투쟁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제 우리는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잡신이 울고 있는 들판과 하늘을. 그리고 이들 우주음악과 하나로 춤추어야 한다』며 산에서 우주삼라만상과의 일체를 꿈꾸는「산시」연작 15편 등을 싣고 있다.
『도를 버리는 도가 필요한 것처럼 이제까지의 정신을 버리는 큰 정신이 필요하다』고 산정에서 큰 정신을 찾는 시집『산정묘지』로 91년 소월 시 문학상과 김수영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조정권씨도 잡다한 정신을 건지는 큰 정신의 시 12편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7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평단에 나온 최동호씨는『오늘날 시인들은 매우 지쳐 있고 시는 너무 강력하다. 강자는 약자를 이기지 못한다. 반복되어 소모된 감정일수록 꽹과리소리가 요란하다. 사람들은 할말이 많다고들 하지만 나는 자꾸 할말이 없어진다』며 오랜만에 자연의 순리에 접하며 억척스런 시정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 15편을 싣고 있다.<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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