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은 “고액예탁금 인출” 신고 묵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18억… 이씨 자살후 확인,수표 추적 요구 거절
상업은행 이희도지점장이 고객의 당좌예금구좌에서 18억원을 빼내썼다는 신고를 받고도 은행측이 『여론이 잠잠해진뒤 보자』며 이를 묵살,사고액수를 축소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지점장과 고교동창인 조휘대씨(56·서울 청담동)에 따르면 이 지점이 9월16일 『돈이 급하다 당좌예금계좌를 이용하자』고 부탁해 도장을 빌려줬으며 이씨가 숨진뒤 은행에 확인한 결과 18억원이 인출돼 사용됐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조씨는 이씨가 숨진 사실이 알려진 16일 은행을 찾아가 『18억원을 인출해간 사람을 수표추적하고 지불정지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은행측은 『평소 수천억원씩 인출돼 수표추적이 불가능하다』『조용해진뒤 보자』며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상업은행은 18일 발표한 사건진상에서 이 지점장의 은행돈 유용액수가 8백56억원으로 늘었고 일부 고객의 예금을 무단인출했음을 시인하고도 조씨의 18억원건에 대해서는 숨겼다.
이에 대해 금융관계자는 『은행측이 액수가 크고 증거가 명백한 부분만 시인하고 비교적 액수가 적은 고객예금 변칙사용은 숨겨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며 『사건의 전모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고객 예탁금이용 부분에 대해서도 진상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은행측에 다시 찾아가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뒤 응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조씨는 고교동창인 이 지점장이 『성격이 활달한데다 친구들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 동창 가운데 누구도 그의 청을 거절할 사람을 없을 정도』였다며 18억원을 빼내쓰고 뒤처리를 못한채 목숨을 끊은 것을 보면 사정이 너무 급박했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김종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