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오른 CD예금/사채시장­기업 연결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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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4조원대로 늘어난 유통시장의 실태/은행측 여·수신 실적올리기 급급/금리차액 보전해 주며 편법예사
가짜 CD발견,공CD발행사건이 잇따라 터지며 CD(양도성예금증서)가 도마위에 올랐다.
금융계에서는 이에 대해 일제히 『올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CD유통을 둘러싸고 많은 문제가 쌓여왔다는 이야기다.
CD(Negotrable Certificate of Depasit)는 무기명으로 발행되며 제3자에게 양도가능한데다가 이율도 매우 높다.
1∼6개월 만기의 단기예금이지만 발행금리가 연 13%선으로 정기예금(1년 만기기준 10.47%)보다 훨씬 높고 중도해지가 안되는 대신 증권·단자사 등 유통시장에서 언제든지 할인,현금화할 수 있다. 1장에 액면가가 최소 5천만원이상으로 제한돼 있어(최고한도는 없음) 일반서민들에게는 구경조차 어렵다. 은행에서 발행,안심할 수 있는데다 높은 수익성·환금성에 은닉성까지 두루 갖춰 상속·증여수단으로 인기를 끌어왔고 또 발행은행측에서 보면 총통화(M2)에서 제외돼 통화관리규제를 벗어날 수 있어 꺾기(양건성예금) 등을 통해 수신실적을 쌓는데 대표적으로 이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같은 높은 쓰임새에도 불구하고 막상 발행때는 각 은행·지점들이 제각각 찍어내는 등 통제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않아 사고의 불씨가 항상 남아왔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업은행 명동지점사건의 경우 자살한 이희도지점장이 은행에 보관중인 CD 증서 10장을 빼내 장당 10억원씩 1백억원으로 만들어 사채시장에 불법유통시킨 것이 발단이 됐다. CD를 발행하려면 발행액만큼 예금이 입금돼야 하는데 이씨는 CD를 팔고 받은 돈을 입금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상업은행은 지난 84년 명성사건 당시 혜화동지점 김동겸대리의 수기통장사건이후 이번에는 수기증서라 할 수 있는 CD로 또한번의 불명예를 안게됐다.
김 대리는 당시 은행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수기통장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고금리를 보장하고 끌어들인 돈은 명성에 대출해 주었다가 들통이 났었는데 이번 사건도 이씨가 돈을 은행에 입금시키지 않은채 CD를 불법유통시켰다는데서 성격이 비슷하다.
현금·주식은 물론 회사채나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도 조폐공사에서 찍어내고 있는데 액면이 큰 CD만은 유독 은행별로 찍고 있으며 심지어는 은행내에서도 규격이 다른 경우가 있어 진위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점 등 허술하기 짝이 없게돼 있다. 재무부는 이 때문에 내년부터는 CD를 일률적으로 조폐공사에서 제작케 하는 방안을 뒤늦게 추진중이나 이미 증권·단자 등 CD유통업계에서 수차례 건의를 했었음에도 불구,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D는 또한 꺾기의 수단으로 활용돼 돈이 급히 필요한 기업들을 울려오는 등 제도자체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은행은 기업에 돈을 빌려주면서 대출금 일부를 현금이 아닌 CD로 주고 기업은 이 CD를 증권·단자사에 가서 할인,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은행들은 또 사채업자 등 전주에게 CD를 발행,돈을 끌어 모은뒤 이 자금을 기업들에 빌려주고 실세대출금리와 CD발행금리와의 차이를 전주들에게 기업이 지급케 하는 편법도 써왔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여·수신을 동시에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CD는 지난 74년 5월∼77년 6월,78년 3월∼81년 12월 등 두차례 도입됐다가 중단된뒤 84년 6월 재개돼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90년초만해도 2조원에 불과했던 발행액도 지난해말 8조3천억원에 이른뒤 이제는 14조원대까지 늘어난 상태다. 특히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발행,한도를 넘기면 금융당국에서 뒤따라가며 한도자체를 추인해주는 상태가 계속돼 당국이 무분별한 CD발행을 방조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민병관기자>
□대형금융사고 일지
▲74년 2월 중소기업은행등,박영복씨에게 71억원 부정 대출
▲79년 4월 신탁·제일은행 등 율산그룹에 1천5백23억원 부정대출
▲82년 5월 이철희·장영자부부 1천8백억원 어음사기사건
▲83년 8월 상업은행 김동겸대리 명성그룹에 1천66억원 부정대출
▲83년 9월 조흥은행 영동개발에 1천6백71억원 부정지급 보증
▲91년 7월 상업은행 청계지점장 고객예금 27억5천만원 사취
▲91년 8월 서울신탁은행 본점대리 은행보유주식 수십억원어치 부정 처분
▲92년 7월 국민은행 정덕현대리 통장위조해 2백30억원 부정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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