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계류 이유 출국금지 부당”/“재량권 남용… 취소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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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고법 첫 결정
재판에 계류중이라는 이유로 1년이 넘도록 출국을 금지시킨 당국의 조치는 신체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를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결정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9부(재판장 김학세부장판사)는 17일 관세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돼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주)두고전자 대표 고정씨(39·서울 가락동)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출국금지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이유있다」고 받아들였다.
이번 결정은 재판에 계류중인 피고인에 대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출국금지처분을 남용해 온 당국의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어서 주목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법원의 보석결정으로 풀려난 고씨는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것으로 법원에 의해 인정된 것』이라며 『법무부가 내부규정을 내세워 출국금지를 내린 것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재량권 남용』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대한민국의 이익을 현저하게 해칠 우려가 있거나 범죄수사를 위해 출국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출국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인권침해를 막기위해 엄격히 해석돼야 한다』며 『고씨는 어느쪽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인정된다』고 말했다.
고씨는 89년 8월 보세전자제품을 국내에 반출,관세법위반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91년 9월 출국금지 처분을 당하는 바람에 18일로 예정된 말레이시아로의 출국이 불가능해지자 가처분신청을 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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