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뛰는 공조직… 민자 속앓이/“김영삼후보 혼자뛴다”지적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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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승리낙관… 「실탄」타령하며 뒷짐 지구당/“물량 공세땐 부작용”홍보주력 수뇌부
선거공고일은 다가오는데 민자당내에는 여전히 말이 많다. 공조직이 별로 움직이지 않자 『김영삼후보 혼자 뛰고 있다』 『당이 나사가 풀렸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그런가하면 『실탄이 있어야지…』라는 반론과 함께 『여당선거도 조직보다 홍보와 바람』이라는 신사고론도 등장하고 있다.
○…김영구선대본부장은 며칠전 중진의원 몇사람과 어울린 자리에서 『당내부감사결과 1차 실탄 지급분(5천만원)도 제대로 풀지 않은 위원장이 있더라』고 한탄했다. 이 말을 들은 일부 위원장들은 겁을 내기는 커녕 『대선때까지 돈이 얼마나 내려올지 알아야 계획을 세워 풀지 지금 다 썼다가 나중에 없으면 어쩌란 말이냐』고 오히려 항변했다.
구심이 확실하지 않은 민자당의 고민을 압축한 사례중 하나다. 선거는 조직과 홍보인데 과거부터 「기름칠」에 젖어있는 여당조직은 돈이 들어가지 않으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비판론자들은 선대본부가 당선거활동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선거체제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김윤환·이춘구·이한동의원 등 상임부위원장을 3두마차로 정했지만 특별한 역할분담이 안돼 이들부터가 손을 놓고 있고,부위원장 67명은 말 그대로 껍데기 노릇이나 한다는 것이다.
최근 장악력이 부족한 시·도지부위원장 대신 중진들로 시도협의회 의장을 만들었지만 권한과 책임이 모호해 아직은 효과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협의회 의장이 자기지역 위원장들을 모아 얘기한 곳도 별로 없고 이들을 움직이는데도 역시 돈타령이라는 것이다.
둘째,지구당 조직의 열기가 좀체 데워지지 않고 있는 점이다. 한 위원장은 『지금까지 중앙당 차원의 시·도별 대선필승결의대회·지구당개편대회 몇군데에서는 동원열기를 과시했지만 정작 지구당은 조용하기만 하다』고 꼬집었다.
대다수 위원장들은 「실탄」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중부권 K위원장의 불평. 『우리 지역구는 협의회장(동책) 14명,지역장(투표구) 86명,관리장(통책) 5백여명,관리장(반책) 3천여명이 있다. 이들에게 제대로 활동비를 주고 모임 등을 가지려면 최소한 7억∼8억원은 필요하다.』
셋째,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그래도 YS가 이기겠지』라며 자만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김영삼 36.1%,김대중 21.1%,정주영 10.6%」라는 당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자 선대본부 지도부는 『가뜩이나 위원장들이 풀어져 있는데 이런 낙관적인 얘기가 나가면 곤란하다』며 추가공개를 금지시켰다.
김영삼후보는 가는 곳마다 『내가 한표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뛰자』며 독려하고 있지만 그도 여론조사 결과로 인해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한 중진의원은 전했다.
○…그러나 민자당이 결코 헤매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옹호론도 있다.
선대본부 고위관계자는 우선 「실적」을 들고 있다. 5개 부본부(조직·홍보·정책·직능·유세)와 32개 직능대책위원회 등이 각개전투를 훌륭히 치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부문별 예산이 지급되면서 조용히 표밭을 파고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대본부측은 상임부위원장 3인,「옥상옥」이라는 시도 협의회의장,부위원장 67명 등 체제문제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전쟁은 소대장(지구당위원장) 별로 치르는 것』이라며 담담한 표정이다.
관계자는 『그동안 국회때문에 위원장들이 본격적으로 뛰지 않아 그렇지 이제부터는 「선거결과 논공행상」을 의식해서라도 열심히 움직일 것』이라고 점진적 가열론을 주장하고 있다.
김 후보측이나 선대본부는 자금부분에 대해 뭔가 새로운 생각을 굳힌 느낌이다.
여당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물량투입보다는 홍보·바람에 더 무게를 실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같다. 자금동원 능력으로 봐서도 국민당식(민자당주장) 융단폭격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선대본부 고위관계자는 『위원장들이 실탄만을 바란다면 오산이다.
우리는 자금투입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지 모른다는 판단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홍보에 더 쏟아부어야 한다. 조직활동비는 최소한일 수 밖에 없다. 87년같이 흥청망청하던 시절은 다시 안온다』고 말했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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