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관계 장기적 안목서 봐야”/공노명외교안보연구원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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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양국 보완적 경제구조… 발전가능성 무한/경협위험론 지나친 우려… 안보에도 도움
초대 러시아대사를 역임한 공노명외교안보연구원장은 오는 18일로 예정된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은 『단기적인 계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 의의를 평가해야 한다』며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인 이번 공식 방한은 양국관계의 발전은 물론 우리의 국제적 지위를 굳건히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에서 영사처가 개설된 이후 정식 수교와 대사관 설치,한소의 해체와 러시아의 출현까지 모두 현장에서 경험한 공 원장은 러시아의 장래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경협과 관련해 국내에는 지나친 우려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옐친대통령이 보수파들의 반발로 인해 곤경에 처해 또 다시 고르바초프와 같은 신세가 되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는데….
『그런 관측도 있죠. 옐친대통령의 개혁정책 성과가 눈에 보이게 나타나지 않는데 따라 정치적 불안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러시아의 앞날을 개척하는데 개혁하지 않고는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안이 될 수 있는게 없어요. 루츠코이부통령 등의 온건개혁파와도 타협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에만 오는 이유는.
『옐친대통령은 국내정치에 대해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자신감이 있어요. 또 하나는 경제적으로 새로 부상하는 아­태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협력의지의 표현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국기문양이 쌍독수리로 유럽과 아시아 양쪽을 보고 있는데 그동안 유럽에 편중해 왔다는 비판이 있었죠. 그래서 이제 실질적이고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아시아에 관심을 보이겠다는 겁니다.』
­한­러간의 안보협력은 가능할까요.
『이달초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미나에 국방부의 바테닌장군이 참석해 「금년부터 군사협력을 위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군사기술분야에서의 협력이 확대될 것이다. 양국간의 군인사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예상된다. 북한과의 군사협력은 실질적으로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안보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기초가 되기 때문에 거기에 변화가 있을 수는 없죠. 그러나 러시아가 아­태지역에서 강대한 군사력을 갖고 있고 그런 면에서 군사적인 면에서의 협력이 우리 안보에 기여할 것이 틀림없죠.』
­옐친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슈린대외경제부차관이 방한해 이자지급과 경협재개에 합의한 것으로 아는데….
『14억7천만달러는 이미 집행했고,나머지 15억3천만달러를 재개하기로 했죠. 그러기 위해서는 11월말까지 연체이자를 지불하고,상환에 관한 법률문서를 경신해야 한다는 겁니다. 11월까지의 소비재차관에 대한 이자 1천2백60만달러는 현금으로 상환하고,은행차관에 대한 이자 6천만달러는 현물·알루미늄으로 상환하기로 했습니다. 알루미늄은 우리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중 가장 큰 폭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사오는 것을 받는 셈이죠. 유럽 채권단인 파리클럽이 현금으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러시아가 결단을 내린 겁니다.』
­이자 몇푼에 15억달러 더 물리는게 아니냐는 비판론도 있습니다만….
『그런 비판은 딴 의도가 있어서 하는 소립니다. 러시아는 경제개혁을 위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러시아의 자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석유는 세계의 25%가 매장돼 있고,하루 생산량 3백20만배럴에다 서방에 2백만배럴을 수출합니다. 이것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많은 양입니다. 산림은 세계의 4분의 1,가스는 세계 최대 매장량에 최대 수출량,철광석·구리는 세계의 40%정도,석탄은 20%,금만 연간 3백t으로 남아공,미국에 이어 세번째입니다. 또 간과해서 안 될 것이 과학기술의 도입입니다. 현재 조용히 협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기술자 약 2백명이 국내 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러시아가 군사무기를 대량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외화사정이 어려우니 군수산업을 일시에 중단하지 못해 무기를 팔고 있는 것같습니다. 러시아가 가장 역점을 두고 한국의 협력을 얻으려는 부분도 군수산업을 민수용으로 전환하는 문제입니다.』
­우리도 러시아에서 무기를 일부 들여오고 있지 않습니까.
『일부,무기로 쓰려는 것이 아니라 연구용으로 들여온 것으로 압니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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