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만이 러시아 활로/옐친,한국특파원과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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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년 생산부문 안정권 접어들 것/북한과는 「평등원칙」서 교류 계속
­CIS가 출범한지 11개월이 지났다. 앞으로 CIS가 어떤 형태로 존속할 것인가. 러시아의 민주화 의지와 정국전망은.
▲러시아 국내정세가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어려운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된다. 경제도 안정궤도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모든 국가가 CIS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CIS 참여국들은 계속 유대관계를 갖고 발전해나갈 것이다.
­지난 1년간 경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러시아의 개혁은 언제쯤 가시적인 안정권에 들 수 있을 것인가.
▲이 기자회견 전에 나는 러시아의 기업가 회의에 참가해 1천2백여명의 공장·기업·은행 대표들에게 연설했다. 나는 이들에게 사유화 등 시장경제체제만이 살 길이며 이를 따르지 않는 기업들이 망해도 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지난 8월까지 공업생산은 평균 22.7% 감소했으나 9,10월은 15%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이를 볼때 경제가 아직 안정은 되지 않았으나 안정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또 지난 75년간 사유화 등을 모르는 국민들이 1만루블짜리 주식상환증서를 받는 등 새로운 경제체제를 배우고 있다. 따라서 오는 93년에는 생산 등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한중 수교 등 동북아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대통령의 한국방문 의의는.
▲최근 한중 관계정상화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러시아는 이를 환영한다. 한국과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 국가며 그 역할을 절대로 간과할 수 없다. 나는 한국방문후 내달 같은 시기에 중국에도 갈 예정이다.
­대통령은 과거 이상옥외무장관과 회담에서 북한과의 이념적 유대가 끝났다고 말했다. 대북한 관계에 대해 전망해달라.
▲북한과 관계를 단절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또 북한과의 관계를 끊지도 않는다. 러시아는 이데올로기와 관계없이 모든 나라와 교류한다는 원칙이다. 물론 공격용 무기공급이나 대북한 경제원조는 중단됐다. 핵문제에 관해서도 더이상 핵설비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북한과의 무역은 평등의 기초위에서 계속될 것으로 본다.
­러시아와 한국간 군사동맹(우호친선동맹)을 체결하는 등 획기적 관계진전 계획은 없나.
▲이번 방한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러시아간 기본조약 체결이다.
이제 초안은 가조인 돼있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조인될 것으로 본다. 여기에 군사분야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노 대통령과 충분히 토의될 것으로 본다.
­KAL기 격추 관련자료에 대해 한국민은 부족감을 가지고 있다. 추가자료 및 KAL기 블랙박스 자체를 공개할 생각은 없나. 또 한국전쟁 관련자료를 공개할 의향은.
▲러시아대통령으로 KAL기 사건과 관련해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유가족에게도 깊은 동정을 표한다. KAL기 자료와 관련해 한국측이 불명확하다고 생각하거나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모든 자료를 다 넘길 것이고 이는 노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에서도 이미 밝혔다. 다만 일본·캐나다 등 관계국들도 이 자료를 모두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민간항공기구에 블랙박스를 전달해 공동연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모스크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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