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당 통합원칙 합의 안팎/이종찬씨 행보 여전히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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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핵심쟁점 자금문제 풀리자 협상 급진전/정 대표 「후보」고수하며 공동대표제 도입
국민당과 가칭 새한국당이 사실상 통합에 합의를 봄으로써 마무리 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다.
양측은 14일 오후 협상대표단 5차회의에서 협상을 타결짓고 16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을 선언할 예정이지만 새한국당의 이종찬의원이 국민당운영의 구체적인 공당화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어 이 의원의 이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동안의 협상에서 표면상 최대쟁점이 됐던 부분은 후보문제였으나 실제적인 최대문제는 당기금 조성문제였다.
신당측에서는 대선승리를 위해 정주영대표가 후보를 사퇴하고 이종찬의원이나 제3의 인물을 추대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즉 정 대표가 대용단을 내려 「킹메이커」로 남아달라는 주문이었으나 이종찬의원외 나머지 신당측 인사들은 이 문제에 무게를 싣지 않았다.
정 대표나 국민당측의 입장은 단호했다. 정 대표는 최근 신당측의 유수호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그같은 요청을 받고 『통합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후보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때문에 양측은 자연스럽게 「선통합 후후보논의」에 합의,사실상 정 후보를 인정하게 되어 협상이 급진전됐다.
신당측 인사들이 실제로 최대역점을 둔 것은 대선이후에도 당의 존속을 보장받는 체제의 구축이었다. 그래서 신당측이 집요하게 매달린 문제가 당기금조성을 정 대표로부터 보장받는 것이었다.
신당측 인사들은 현재의 국민당이 정 대표 개인의 사당적 성격이 강한만큼 앞으로 공당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선 상당액의 당기금조성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들은 과거 인촌 김성수선생이 사재를 털어 한민당을 창당,많은 인재들을 키워냈을뿐 아니라 독일이나 스웨덴 등 유럽 사회당에서 당기금을 조성해놓고 있음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그럴듯한 명분과는 달리 신당인사들은 대선에서 정 대표가 낙선될 경우 자신들이 「낙동강 오리알」이 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해 당기금조건을 내걸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주장은 정 대표이후 자신들의 입지를 겨냥한 계산을 깔고 있어 스스로 주장해온 「새정치」와 맞지 않는다는 신당내부의 비판도 없지 않은 점은 그것을 잘 설명한다.
이 때문에 신당내에서는 2천억원설,5천억원설이 나돌았으나 액수를 정할 경우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을 것이란 의견들이 많아 정 대표에게 맡기기로 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정 대표는 14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는 대선자금도 필요하고 당장 현금화도 어려워 명목상 조금만 내놓고 대선후 당기금으로 2천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당기금조성이 평소 자신이 생각해왔던 것이고 당에서도 원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또 지도체제문제에 있어서도 공동대표제와 동수의 최고위원 등에 합의해놓고 있으며 내각제개헌 및 중·대선거구제 등에는 협상초기에 합의했다. 협상개시전 이미 정 대표가 내각제개헌과 중·대선거구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협상과정에서는 실시시기만을 논의,집권 2년내 실시로 합의했으나 윤영탁 국민당정책위의장은 13일 대선공약설명회에서 96년 실시목표라고 말했다.
○…이같은 합의사항들에도 불구,양측은 국민당의 공당화 부분과 당명개칭에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종찬의원 진영은 당기금조성과 함께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민주화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더욱이 자신이 후보를 고집하기는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득표율을 객관적으로 검증한뒤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신당측 인사들은 13일 밤 철야회의에서 이 의원이 행동통일을 약속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의원 측근들은 독자출마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명개칭문제는 당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의견이 맞서 있다.
국민당측은 대선전이 본격화돼 있는 상황에서 당명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이름을 바꿀 경우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는데다 이미 제작된 홍보물 등을 모두 폐기하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 등 엄청난 비용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새한국당측은 당대당 통합이라는 상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마땅히 그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새국민당」「한국국민당」 등 방안을 제시해놓고 있어 14일 협상에서 최종결판날 것으로 보인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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