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관리원의 호소(자,이제는…:3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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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쓰레기 길가에만 둬도 치울텐데…/안보이는 숲속·계곡에 숨겨버려
동해의 영산 설악은 온산에 눈이 쌓이는 겨울 한철 잠깐을 빼고는 1년내내 사람들에게 시달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관계기사 22면>
영동고속도로가 뚫리고 승용차 이용 관광여행이 일상생활화하면서 최근들어서는 철마다 꼬리를 무는 탑승·행락객들로 몸살을 앓는다.
여름내내 피서객 치다꺼리 하느라 속초에 있는 집에도 못가고 동료직원 3명과 한달이상 산장대피소에 머물며 고생했던 국립공원 설악사무소직원 이동규씨(36)는 피서객이 꼬리를 감추는가 싶자 몰려들기 시작한 단풍관광객들로 가을 한철 다시 진땀을 흘려야 했다.
번연히 입산금지 구역인줄 알면서도 눈을 피해 산에 오르는 등산객들,아무리 하소연을 해도 눈에 안보이는 곳이면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버릇 때문에 치워도 치워도 당해낼 수가 없다.
『쓰레기를 봉지에 담아 아예 가지고 내려오거나 쓰레기통 있는 곳까지 가져다 버리지는 못하더라도 등산로 가에 놓아만 두어도 치우기가 쉬울텐데 아무리 호소를 해도 그렇게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대부분이 눈에 안띄는 숲이나 계곡으로 던져버리고 모른체 내려온다는 얘기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관리인들의 주의환기가 없어도 안내·경고 표지판을 보고 자기 쓰레기를 봉지에 담아들고 땀을 흘리며 내려오는 일이 많아 대다수 우리시민들의 무관심·무책임과 대조된다고 이씨는 말한다.
『도대체 설악산을 지켜야 할 주인이 누구입니까. 우리들이 우리의 명산을 아무렇게나 대하면서 오히려 우리보다 산을 소중히 아는 외국인에게 「우리가 이 산의 주인」이라고 자랑할 수 있을까요.』
이씨의 반문은 이씨만의 회의도,설악산 쓰레기만의 문제도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 이 사회의 주인노릇을 제몫만큼이라도 하고 있는지 한번쯤 되돌아볼 일이다.<설악산=탁경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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